마치 휴머노이드인 것처럼 연기를 하며 백화점 점원으로 사는 현희. 백화점 영업이 끝나고 휴머노이드 종업원들이 지하의 개체휴식부스로 돌아가 하루를 마감하면, 몰래 부스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그녀는 휴머노이드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검고 뜨거운 비를 맞으며 작고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오빠로부터 편지가 와 있었다. 오빠는 오늘도 그녀에게 왜 싱귤레리티로 살아가지 않냐며 또 다그쳤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백화점 근처에 위치한 인공지능의 핵심 시설이 위치한 유니언 타워로 그녀의 인간 동료들과 반드시 침투하여 계획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그날밤도 그녀는 큰 거울 앞에서 휴머노이드 종업원의 루틴동작들을 흉내내며 연습한다.
이재호
저자 : 이재호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경영대학원 졸, SF 매니아. SF영화에 심취하여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습작을 하다가, 꿈속에서 필립 K. 딕을 만난 뒤(믿거나 말거나) 본격적으로 SF를 쓰기 시작했다. 필립 K. 딕, 벤 보바,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 등의 SF작가를 좋아한다. 2017년 웹진 ‘크로스로드’에 단편 「기묘한 전설」(카퍼), 2018년, 웹진 ‘거울’에 단편 「코로나 라임」을 게재하였다.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