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알약, 빨간 알약. 과연 우리는 어떤 알약을 선택할 것인가!
한동오의 SF 하드보일드 『홀로그램 여신』. 현실과 환상, 자본과 진실 혹은 그처럼 상대적인 관계에서 대치하고 있는 가치들의 분쟁과 갈등을 최대한 현실적이고 냉혹하게 그려낸 저자의 첫 작품이다. 마치 예언서처럼 인간과 자본의 끝없는 욕망의 결말을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실제와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2025년 여름, 사설조사업체를 운영하는 태하에게 차수연이 찾아와 가출한 딸 한나를 찾아달라고 한다. 한편 결혼식을 끝내고 신부와 함께 인천대교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나’는, 비 쏟아지는 어느 빌딩의 옥상에서 다시 눈을 뜬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구체에게 공격을 받다가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구출된다. 아버지는 ‘나’에게 지금은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카를로스를 만나기 위해 칠백 층 너머에 있다는 한 카페로 향한다.
태하는 한나가 여러 남성과 원조교제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뒤쫓다 폐쇄된 인천항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한나를 찾아낸 태하는 자신의 아내가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야’라는 알약에 대해 알게 된다. ‘나’는 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는 기묘한 방법으로 방대한 세월에 걸친 자신의 과거를 체감케 해준다. 하지만 이내 들이닥친 구체들과 괴물들의 공격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마는데…….
한동오
저자 : 한동오
저자 한동오는 1985년 2월 21일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홀로그램 여신?이 첫 장편소설이며 현재는 두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EDM과 신스팝 음악을 즐겨 듣는다. 공상과 달리기가 취미다.
홀로그램 여신
작가의 말
당신에게는 우주가 있다, 여러 개의
‘마야’라는 가상현실 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마야’는 ‘버추얼 코스모스’라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된다. 버추얼 코스모스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자기의식을 프로그램에 연결하게끔 한다. 이 기술로 정신의 자유와 경계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류에게 육체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결국 이 기술은 거대기업 손에 들어가게 되고, 거대 자본과 인간의 욕정과 탐욕으로 인해 결국 우주의 균형은 무너진다. 그리고 차원과 세계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원래 우주는 무수히 존재하거든요? 글을 읽으면 그 데이터가 뇌 속으로 복제되고, 뇌의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전자신호로 변환되는 것처럼,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랑 데이터는 온갖 관찰자, 인식자에 의해서 끊임없이 복제되고, 모습을 바꾸고, 가지치기를 해요. 버추얼 코스모스는 그런 우주의 연속성이 인위적으로 재현된 하나의 상품일 뿐이고.”_280p
즉 여러 우주는 균형과 질서를 유지한 채 인드라망처럼 연계되어 있고, 한 우주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다음 우주에서 그 사건과 연계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것. 그러나 버추얼 코스모스로 인해 무너진 우주들은 균형을 잃고 빅 크런치(충돌)을 앞두게 된다. 즉 모든 우주의 전멸, 우주의 종말이 임박해진 것이다.
“가상현실 속 자극을 실제 현실의 자극보다 강하고 풍부하게 전달해서, 결국 사용자가 진짜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많은 기술이었죠. 암튼 그때 초기 피실험자의 자아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됐는데, 그 자료가 계속 기업 손에 있었나 봐요. 그 자아 데이터를 우주의 모든 입자를 가상화시킨 프로그램과 융합해서 출시한 게 버추얼 코스모스예요. 근데 문제는, 버추얼 코스모스 보급을 기점으로 거의 모든 우주의 패턴이 획일화됐다는 거예요. 거의 모든 우주가 그 초기 피실험자의 우주를 중심으로 빅 데이터를 형성해서, 우주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획일화됐어요.”_283p
이처럼 [홀로그램 여신]은 현실과 환상, 자본과 진실 또는 그처럼 상대적인 관계에서 대치하고 있는 가치들의 분쟁과 갈등을 최대한 현실적이고 냉혹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태하가 가출한 여고생과 실종된 아내를 찾으며 스카이텔레컴이라는 거대 기업과 ‘호모 아바타 프로젝트’라는 음모에 다가서는 ‘하드보일드’이기도 하고, ‘나’와 의식이 교차되고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의 접점이 맞물리며 진행되는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한동오 작가는 우리의 현실 또한 소설 속 이야기일 수 있으며, 책을 읽는 독자 또한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의 관계를 다루고 있으니만큼, 이야기가 밖으로 뻗어 나와 실제 독자와 상대적인 대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리고 물음을 던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나름의 이야기를 꾸려나가면서, 현실과 환상의 관계처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 간의 분쟁과 부조리를 파헤친다.
‘작가의 말’ 중에서
간혹 내가 외부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익숙하게 말하고 사용하던 단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사물이나 풍경, 사건, 가끔은 사람을 접할 때도 그런 기분이 든다. 이 순간 나의 시점에서는 허상일 뿐인,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그저 뭉글뭉글한 먹구름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글을 읽는 독자의 시점에서도 나는 그 나름의 허상으로 존재할 것이지만, 이 모든 무의미는 의미가 있다. (한동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