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설할 수 없는 비밀과 험담이 일렁이는 비정한 세계를 관통하는 서늘한 상상력!
강지영 작가의 단편은 비밀스러우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 문법과 플롯을 활용한 폭넓은 스펙트럼과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지영 작가는 단편들마다 ‘비밀’을 깔아두어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작가는 ‘비밀’을 밝히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철저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함으로써 더 큰 충격과 놀라움을 준다.
<허탕>
남자는 야윈 몸에 좁은 어깨, 작은 키, O자형 다리를 가진 추남이다. 여자는 고아한 이목구비를 가진, 일명 ‘정육점 거리’의 공주이자 여신이었다. 각자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으로 외로운 이들은, 여자의 정성스런 밥상을 물린 후, 어둠 속에서 서로의 빈 곳을 채운다.
남자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 여자는 쉰두 살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또 그걸 궁금해한 적조차 없다. 그건 마치 연인의 인중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흉터가 구순구개열 수술의 흔적인지를 묻지 않는 것처럼, 불경스럽고도 유치한 호기심이라고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허탕> 중에서)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장편 『프랑켄슈타인 가족』 『하품은 맛있다』 『엘자의 하인』 『심여사는 킬러』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 『신문물검역소』, 작품집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출간하였다. 킬러와 사이코패스, 뱀파이어, 좀비 그리고 푸른 눈의 외국인과 수다스러운 이웃들의 삶을 좇다 보니 어느덧 작가가 되었다. 당신과 함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여행하는 단짝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