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가 담긴 새들의 힘찬 날갯짓!
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이자 생태문학 작가로 꼽히는 이상권의 소설 『하늘을 달린다』. 작가의 생태적인 관점이 잘 녹아 있는 작품으로, 새들을 통해 생태계의 삶과 투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암컷 딱새 ‘하늘눈’이 수컷을 만나 함께 둥지를 틀고 위협적인 침입자로부터 새끼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 생태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딱새 외에도 멧새, 오목눈이, 할미새, 박새 등 다양한 새들이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그리며, 새들 각각의 특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단순한 새의 일대기를 넘어 새들의 세계로 삶과 사랑, 생명과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생태계를 뒤흔드는 인간의 생각 없는 행동을 경고한다.
이상권
저자 : 이상권
저자 이상권은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조밭에서 만난 늑대를 첫사랑처럼 그리워하며, 열한 살 때 하얀 눈에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가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대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들이닥친 난독증과 우울증으로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문학이 찾아왔다. 수업 시간에도 교과서 대신 소설책을 보았으며 밤마다 온갖 상상을 하고 소설을 쓰면서 사춘기의 강을 아슬아슬하게 건넜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여 작가가 되었다. 초기에는 농촌현실을 우리말로 잘 엮어내서 이문구와 비유되기도 했고, 1997년 창작집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낸 이후 우리나라 생태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생태와 생명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달구면서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를 지우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며, 작은 애벌레(『애벌레를 위하여』)나 올챙이(『우리 동네 올챙이 연못』) 한 마리까지도 우주의 중심에 놓고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들의 생을 반추해내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 인간들에게 밟히고 채여 죽어가는 것들, 인간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생태문학이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특별한 작가다. 한 소년의 존재적인 아픔을 다룬 『난 할 거다』는 우리나라 성장소설의 고전이라는 평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개의 죽음을 통해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창작집 『성인식』을 냈다. 이밖에 지은 책으로는 소설 『발차기』, 『14살의 자전거』, 『싸움소』 등이 있다.
눈 맑은 새가 살고 있었다
강하면서도 순수한 눈빛
새들은 모두 자기 집을 짓는다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흔들림의 미학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는 신이나 다름없다
아기들의 무덤
외로움이란 허둥거림 같은 것이다
영혼이 떠나버린 알은 차갑다
그의 입에서 노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간의 집 그리고 우체통
자신의 생살을 퍼서 다섯 개의 우주를 만들다
바람춤의 처절한 선택
줄탁
악마의 발톱이 왔다
삶과 죽음의 차이
인간의 작은 호기심이 새들의 생을 흔들다
안개 속의 추격자
날고 싶다
에필로그
발문
작가의 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언어로 소설을 짓다
아동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이상권의 신작 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여덟 번째 책으로 선택된 『하늘을 달린다』는 아동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이상권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1997년 계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농촌 현실을 우리말로 잘 엮어낸다는 평을 들으며 『관촌수필『의 이문구에 비견되기도 한 작가 이상권은 생태동화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와 생태소설 『애벌레를 위하여』를 출간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생태문학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하늘을 날다』는 그의 생태적인 관점이 잘 녹아 있는 소설이다. 전작 『애벌레를 위하여』에서 숲 속 생태계의 모습을 말 없는 애벌레를 통해 그려냈다면, 이번 소설은 수다쟁이 새들을 등장시켜 좀 더 역동적으로 그들의 삶과 투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생태와 생명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달구면서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를 지우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세밀한 관찰과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
새들의 세계로 보여주는 삶과 사랑, 생명과 자연의 이야기
『하늘을 달린다』는 암컷 딱새 ‘하늘눈’이 수컷을 만나 함께 둥지를 틀고 위협적인 침입자로부터 무사히 새끼를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숲 속 생태계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또 주인공 딱새 외에도 멧새, 오목눈이, 할미새, 박새 등 다양한 새들의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새들 각각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로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새를 만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인 셈이다.
이 작품에 특정하여 거론되는 수십 마리의 새들은 모두 독특한 성격과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같은 딱새라도 ‘하늘눈’, ‘번개부리’, ‘노을소리’ 등의 이름만으로도 다른 특성을 지닌 다른 개체임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우리가 통칭 ‘새’로 부르고 마는 그들도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고양이 ‘악마의 발톱’, 족제비 ‘교활한 목도리’, 까마귀 ‘알도둑’ 등의 별명은 그들이 새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동물인가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딱새 ‘하늘눈’은 호시탐탐 자신과 알을 노리는 동물들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지만 새끼를 지키기 위한 불타는 의지와 끈질긴 삶의 의지를 놓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위협 동물들과 딱새 부부의 팽팽한 대결은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느끼게 한다.
딱새 하늘눈의 삶의 의지로 가득 찬 힘찬 날갯짓
인간을 향한 몹시 문학적인 경고!
『하늘을 달린다』는 단순한 새의 일대기가 아니다. 치열한 삶을 요구받고 끊임없이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고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자연 상태에 처해진 새들의 삶이다. 주인공 ‘하늘눈’는 아기 딱새의 탄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 그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과정이자 일부로서 살아가는 삶을 온몸으로 안다. ‘내 삶’이라고 따로 챙기려 들었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크고 작은 모험과 도전이 딱새의 하루하루며 순간순간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십 마리의, 이름을 가진 새들은 너를 위해 미래를 위해 먹이를 물고 둥지를 짓는다. 피치 못할 싸움이나 죽음은 다른 삶과 새로운 평화로 이어진다. 그 여린 딱새들의 멈추지 않는 날갯짓과 몸짓은 다른 생명과 삶의 기회를 더불어 나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인간은 이름도 없는 존재로 그려지며, 인간의 생각 없는 행동이 얼마나 무섭게 생태계를 흔드는지 보여준다. 동물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삶의 길’을 찾고 있다면 인간은 이름마저 버리고 ‘죽음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의미심장한 비유이지 않을까. 작가는 새 한 마리 한 마리의 삶이 지니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촘촘히 짜 넣어 새들의 목적 있는 삶을 그리며, 그것을 지켜보는 무목적의 삶을 사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조용히 견주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