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과학과 종교가 결합된 퓨전 팩션 소설!
우리의 옛 전통 종교인 풍류교를 다룬 퓨전 팩션 소설『풍류왕 김가기』제1권. 역사와 과학, 그리고 종교를 결합시켜 고려 사회를 뒤흔든 풍류도 사건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속선전>과 <태평광기> 같은 서책에 나오는 신라인 김가기의 백일승천 기사가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직계 후손 김욱이 추적해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 광종 25년, 은거하고 있던 고려 풍류계의 거봉 김일은 어느 날 서경 상공에 나타난 괴비행체를 타게 된다. 그런데 김일이 괴비행체를 타고 간 곳이 이계라고 주장하여 파문이 일어난다. 김일은 증거로 신체의 좌우가 통째로 바뀌었음을 내세우고, 불교 측 인사들이 역모 사건을 빌미로 처형을 통해 실상을 확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놀랍게도 시신의 내장은 일반인과 반대 위치에 있었다. 김일의 수제자이자 전설적인 풍류왕 김가기의 직계 후손인 김욱은 스승의 이계행을 불신하여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처형 당할 위기에 놓인다. 황제는 김욱이 미지의 땅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처형하지 않는 대신 사형수들 중에서 탐험대를 선발하여 전설 속 삼신산에 다녀오라고 명하는데….
☞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작가는 재미있는 기담을 통해 풍류가 우리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종교적 신념이며, 우리의 정신적 기원을 밝혀줄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특히 신체 좌우 역전이나 백일승천과 같은 다소 황당한 소재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과학 이론들이 풍류교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당시 고려 사람들의 풍속과 가치관도 엿볼 수 있다.
김태연
1960년에 태어나 성장기를 합천, 대구, 부산에서 보냈다. 1980년에 연세대에 입학해 공학과 문학 공부를 병행했다. 대학 재학중이던 1987년에 월간문예지《문학정신》에서 실시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년 뒤 장편소설《폐쇄병동》(1989)을 내놓았고, 그 후에《그림 같은 시절》(1994)을 출간했다. 잡학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평소 지인들의 말처럼 소설 이외의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재료공학, 물리학과 천문학, 역사와 철학, 정신의학 같은 분야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1989년부터 1995년까지 국민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한국경제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가로서의 본업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부터 주변 풍경에서 눈을 떼고 소설이라는 운전에만 신경 쓰자고 스스로를 다그쳐 10년 가까이 글만 썼다. 그 결과물로 현재 도교와 첨단과학 그리고 역사와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과, 각종 폭탄 제조에 미친 과학도 이야기, 한국인의 성(性)과 권력을 다룬 장편소설 등 미발표 초고 작품들을 개작하고 있다.
4. 한양의 기원
5. 날이 저무니 어디로 가오리까
작가의 말
우리 선현들이 종교로까지 승화시킨 풍류의 세계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풍류왕 김가기》는 기존의 역사소설 문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수학과의 접목이다. 천 년 전의 풍류인이 도달했다는 수학 및 과학 일반에 관한 수준과 경지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확인 비행물체(UFO)와 백일승천의 과학적 해석, 다른 우주의 존재 여부, 불교와 기독교의 근원적 문제점같이 심각한 주제들을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있다. 고려 초의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 또한 흥미롭다.
모처럼 경험하는 묵직한 감동이다.
이문열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