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기억, 그리고 자신의 모습까지도 바꾸어 가며 살아가는 에이전트 포낙콸리. 새로운 지령을 기다리며 대동강이 훤히 바라 보이는 호텔 라운지의 VIP석에 기대 그의 화려한 삶들을 떠올려 보았다. 순간 포낙콸리는 손목시계를 가볍게 내려다보았다. 시각은 오전 8시 정각. 시계는 정확히 8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새로운 지령이 왔고, 포낙콸리는 지갑에서 작은 카드를 꺼내어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버튼을 눌렀다. 그의 지금까지의 기억은 깡그리 삭제되었고, 그의 시계는 여전히 오전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재호
저자 : 이재호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경영대학원 졸, SF 매니아. SF영화에 심취하여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습작을 하다가, 꿈속에서 필립 K. 딕을 만난 뒤(믿거나 말거나) 본격적으로 SF를 쓰기 시작했다. 필립 K. 딕, 벤 보바,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 등의 SF작가를 좋아한다. 2017년 웹진 ‘크로스로드’에 단편 「기묘한 전설」(카퍼), 2018년, 웹진 ‘거울’에 단편 「코로나 라임」을 게재하였다.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
포낙콸리의 다섯 번째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