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과일가게에서 파인애플만 감쪽같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와 아이가 경주 처가에 내려가 있는 사이 ‘김 대리 떡볶이’의 ‘홍’과 파인애플 도둑을 잡기로 의기투합한다. 한 달 내내 범인들이 버려놓은 파인애플 쓰레기를 찾아 다니느라 다크 서클이 얼굴 전체를 뒤덮은 어느 날, 죽은 비둘기 떼가 떨어지듯 하늘에서 파안애플 껍질 더미가 우수수 떨어진다.
파인애플이 사라지든, 병균 덩어리 비둘기 떼가 사라지든 마흔에 가까운 내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나는 시큼한 파인애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도 깨닫지 못했다. 삶은 보이지 않는 무수한 거미줄로 연결되어 있으며 누구도 세상의 불의와 범죄와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인애플 도둑 중에서)
김하서
저자 : 김하서
1975년생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노팅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을 공부했다.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2010년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레몽뚜 장의 상상 발전소』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