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 333번, 도운종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소리를 듣는다. 교도관들이 데려간 곳은 독립 가옥. 구치소장이 자신의 신상명세를 읊고 사형집행명령서를 읽는다. 이렇게 빨리? 3년 형을 받은 판결과 달리, 모든 게 조작되었다는 걸 도운종은 깨닫는다. 나는 아무것도 인정할 수가 없소!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무죄하며, 군사독재는 반드시 종식되어야 하오. 그 침통한 말에 구치소장은 그게 다냐고, 어떤 종교 의식을 원하냐고 묻는다. 집행 준비가 완료되고 교도관이 레버 손잡이를 힘껏 내렸다. 죽음의 순간이 지나가고 도운종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도형, 나 서상원이오. “천장 마루청이 덜컹, 하고 열리는 소리에 이어 또 한 명의 사형수가 밧줄에 매달려 지하로 쿵, 하며 떨어졌다. 도씨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송영진이었다.”
김원일
저자 : 김원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196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늘 푸른 소나무』 『마당 깊은 집』 『바람과 강』 등과 중단편집 『어둠의 혼』 『도요새에 관한 명상』 『비단길』 등이 있으며, 미술책으로 피카소의 생애와 작품을 해설한 『김원일의 피카소』가 있다.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