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설할 수 없는 비밀과 험담이 일렁이는 비정한 세계를 관통하는 서늘한 상상력!
강지영 작가의 단편은 비밀스러우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 문법과 플롯을 활용한 폭넓은 스펙트럼과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지영 작가는 단편들마다 ‘비밀’을 깔아두어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작가는 ‘비밀’을 밝히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철저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함으로써 더 큰 충격과 놀라움을 준다.
<키시는 쏨이다>
앞자리 소미가 ‘쏨뽀르노’의 주인공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 역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영상을 확인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영상 속의 그녀는 소미가 분명했고, 더 놀라운 건 영상 속 배경이 된 공간이 우리 집 내 방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소미의 전화번호조차도 모른다!
그녀의 이름은 키시다. 어깨를 덮는 생머리에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망울과 밉지 않게 몽톡한 코, 상큼하게 여민 입술이 사랑스럽다. 핑크색 미니 원피스가 가장 잘 어울리지만, 오늘은 연보라색 슬립 차림이다. 그녀가 수줍어하는 내게 손을 뻗으며 말을 건다. “도테모 사비시이데스.” (<키시는 쏨이다> 중에서)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장편 『프랑켄슈타인 가족』 『하품은 맛있다』 『엘자의 하인』 『심여사는 킬러』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 『신문물검역소』, 작품집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출간하였다. 킬러와 사이코패스, 뱀파이어, 좀비 그리고 푸른 눈의 외국인과 수다스러운 이웃들의 삶을 좇다 보니 어느덧 작가가 되었다. 당신과 함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여행하는 단짝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