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날, 민영은 집앞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벨을 누르고 있다는 아이의 전화를 받는다. 잠시 후 민영에게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고, 카드 연채를 담당하는 채권추심 업체라는걸 알게 된다. 대출금과 카드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집과 차마저 판 후, 민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번역하는 일만이 자신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정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종일 주식에 매달린 남편을 바라보며 민영은 살아강 방법을 궁리하지도 않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데.
김이정
저자 : 김이정
경북 안동 출생.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1994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도둑게』,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물속의 사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