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심을 아십니까. 남자가 물었을 때 나는 소래 시장의 여자를 떠올린다. “잡아 뜯으려 하면 손을 베이는” “풀잎 같은 여자”와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었는데. 소래포구의 횟집 거리에서 만난 여자를 생각하면 어째서 예전에 만났던 여자들이 떠오를까. “저주를 받은 거죠. 개들에게” 자신의 어깨에 난 흉터를 바라보며 쓸쓸하게 말하는 여자, 그 여자는 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한차현
저자 : 한차현
서울 동대문구에서 태어나 정릉에서 살고 있다. 〈괴력들〉 발표 이후 근 20년간 장편소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Z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슬픔장애재활클리닉》, 《사랑 그 녀석》, 《변신》,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 《영광전당포 살인사건》, 《숨은 새끼 잠든 새끼 헤맨 새끼》, 《괴력들》 등과 장편동화 《세상 끝에서 온 아이》, 작품집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내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를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