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이 소설은 “사고 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인어>
채권 추심원 ‘한’은 인정 받는 능력자였다. 그는 신용불량자들 덕분에 차를 사고 집을 샀다. 사람들이 진 빚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채권 추심원으로 매우 바람직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던 ‘한’이 어느 때부터인지 끝을 생각했다. 러닝머신 대리점을 하던 사내의 채권 추심을 맡은 ‘한’은 다른 때와는 다른 상황을 마주하고 식은 땀을 흘린다. 급기야 가족들과 동반 자살을 시도한 러닝머신 대리점 사내의 뉴스를 접하고 난 후, 그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한다.
인어였다. 분명히. 암흑의 물속에서 저 혼자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유영하던 것. 사람의 몸통에 물고기 꼬리를 가진 것을 인어라고 부른다면 분명히. 기괴한 물고기라고 생각한 그것은 움푹 들어간 눈꺼풀을 껌뻑거리며 한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었다. (……) 미끄덩하면서 동시에 꺼칠한 비늘의 촉감이 손끝에 선명하게 맺혔다. 그것의 팔에 매달린 채 뭍을 향해 유영하고 있었다. 낮고 고요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가서 살아남아, 물거품이 되지 않게. (<인어> 중에서)
2012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점심의 연애」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세월호 추모 공동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남북한 작가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 등에 작품을 수록했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