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孺人)은 조선시대 하급벼슬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자 벼슬하지 못한 남자의 아내에게 쓰던 존칭이다. 함박꽃을 매단 상여를 타고 저세상으로 가는 나의 장례날, 나는 너를 생각한다.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친정으로 돌아온 너를 볼때마다 나는 어릴 적 동무 정애를 떠올린다. 어릴적 식모의 딸이었던 정애는 가난하지만 남 눈치 보지 않는 아이. 내 막내딸인 너는 정애를 닮았다. 나는 자유분방한 너와 정애처럼 살고 싶었다. 그건 어느날 우연히 본 ‘그’에 대한 연모때문이기도 하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 평생동안 숨겨온 나의 비밀을 너에게 말하고 싶다.
김이정
저자 : 김이정
경북 안동 출생.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1994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도둑게』,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물속의 사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