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버니

저자1 김하서
저자2
출판사 에브리북
발행일 2018-09-17
분야 한국단편소설
정가 2,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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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시간의 차원, 환상 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욕망과 고독에 관한 통찰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죄의식, 잔인성을 드러내는 데 특이한 개성과 성취’를 보여주면서, ‘서로 어긋나 있는 시간의 차원을 겹쳐 보임으로써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불가해한 힘을 드러내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하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불안으로 인해 질주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결핍에 귀 기울인다.
<유령 버니>
아내와 이혼하기로 한 그는 유령도시처럼 적막한 곳이라는 것에서 마음이 이끌려 H아파트로 이사 한다. 그야말로 삶은 있으나 없는 것 같은 유령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월세는 서울의 절반도 되지 않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짐을 모두 옮기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9층으로 올라가기까지 그는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생활을 원했지만, 건너편의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와 알 수 없는 냉기와 적막함은 그를 숨막히게 한다.

그는 그날도 그다음 날에도 엘리베이터나 현관 앞에서 버니와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사흘 밤 내내 벽 너머에서는 버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버니는 왜 새벽마다 잠들지 못하고 우는 걸까. 나쁜 남자에게 시련이라도 당한 걸까. 그는 버니의 울음소리와 또다시 아파트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 이사를 온 지 나흘째 되는 날, 그는 주차장에서 빈 병과 스낵 상자를 분리수거함에 넣고 있는 바짝 말라버린 버니를 보았다. (<유령 버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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