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 노인의 왼손 엄지에는 금반지가 감겨 있었다. 외할머니가 고양이 꼬리를 자르던 모습처럼, 반지는 마치 그를 단단히 옥죄어 있는 것만 같다. 열네살 때 낀 후 55년간 한번도 뺀 적이 없다는 반지, 김 노인은 손가락을 잘라야만 반지를 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반지 낀 손을 꼭 보여줄 사람이 있습니다.” 김 노인은 헤어진 가족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나는 아내가 떠난 후, 집안에 자동 점등 센서를 설치한다. 오직 불빛만이 나에게 안식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새터민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며, 김 노인의 취재 노트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다 예상 밖의 말을 듣게 된다.
문순태
저자 : 문순태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고, 조선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에 「백제의 미소」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