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1019년, 강감찬 장군을 도와 귀주 대첩의 작은 영웅이 된 고려 아이들 이야기
거란의 침략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힘으로 고려를 지키려는 모습을 그린 동화 『1019, 고려 아이들』이 이지북 역사 동화 시리즈 〈뚜벅뚜벅〉 두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고수진 작가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 왔다. 그동안 환경, 정치, IT 등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교양 도서를 써낸 경험을 살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작가의 첫 번째 동화인 『1019, 고려 아이들』의 배경은 26년간 이어진 ‘고려 거란 전쟁’ 막바지 1019년에 벌어진 전투 귀주 대첩으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그려진 이야기다. 이 작품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또래의 주인공을 보며 전쟁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인물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담아내 귀주 대첩을 생생하게 담아낸 김도아 작가의 그림은 마치 그 시대로 넘어간 듯 이야기를 생생히 느끼게 한다.
■■■ 출판사 리뷰
◆ 긴박한 전쟁터에서 만난 아이들
거란의 침략으로 부모님을 잃은 윤보는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우연히 부상을 입은 병사와 마주한 윤보는 그를 도우며 어쩌면 누나가 있을지도 모르는 홍화진으로 함께 떠나게 된다.
통행증이 없어 성문 앞에서 가로막힌 윤보는 수레에 몰래 숨어 성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거란 첩자인 들찬과 엮이며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 과정에서 윤보와 들찬은 운명의 장난처럼 거란군의 비밀 작전을 들으며 열두 살, 열세 살 인생이 뒤흔들린다.
다시금 홍화진으로 돌아간다면 고려군에 심문받으며 옥살이할 것이고, 이대로 도망간다면 고려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비록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두 소년은 사랑하는 나라 고려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다.
귀주 대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나라를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 나선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다루어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 군사의 이름으로 마주하다
윤보의 누나 희보는 거란군에 의해 부모님을 잃고, 사랑하는 고려가 불바다가 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백성들을 돕고 나라의 도움이 되고자 하지만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더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와 덧없이 어린 동생 윤보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희보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희보는 소녀라는 껍데기를 기꺼이 던지고, 고려의 군사가 되어 직접 제 손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한다.
소녀의 몸으로 군사가 되어 혹독한 전쟁터에서 사활을 걸고 싸우는 희보의 모습은 어쩌면 당시 고려 백성이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군사의 소임을 다한 희보는 자신의 의지로 끝까지 군사로 남고자 한다. 성별을 넘어, 한 명의 사람으로 믿어 주는 장군과 많은 사람의 진심과 신뢰 속에서 희보는 비로소 힘차게 나아간다.
◆ 열두 살 윤보가 바라본 1019년, 귀주 대첩의 강감찬 장군
“그렇기에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 고려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다!” (본문에서)
강감찬 장군은 고려의 문신이자 장군으로 1018년 거란 장군 소배압이 쳐들어오자 뛰어난 지략으로 거란군을 물리치고, 이듬해 홍화진에서 벌어진 귀주 대첩에서 거란의 제3차 침입을 마무리 지은 고려 명장이다.
열두 살 윤보의 눈에 강감찬 장군은 다른 장군보다 왜소하고, 다소 검소한 옷차림의 노인으로 보인다. 다만 강감찬 장군의 말 한마디에 실린 무게감과 그의 뛰어난 지략과 지혜, 사람을 통솔하고 아우르는 힘은 비로소 고려의 명장임을 드러낸다.
『1019, 고려 아이들』에서 강감찬 장군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늦은 밤, 쉬이 잠 못 이루는 모습, 잘못을 냉철하게 짚는 모습, 백성과 군사를 위하는 따뜻한 모습. 강감찬 장군이 혼란한 역사 속에서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용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고려 아이들을 넘어 현대 어린이 독자에게도 긍지와 용기를 전한다.
■■■ 지은이
고수진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뒤 JY스토리텔링아카데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역사 동화 『1019, 고려 아이들』, 어린이 논픽션 『세종대왕이 4차 산업혁명을 만난다면』, 『전염병에서 찾은 민주주의 이야기』(공저), 『세상을 바꾸는 사회참여 이야기』(공저), 『지구를 살리는 패션 토크쇼』(공저), 『메타버스에서 찾은 뇌과학 이야기』와 청소년 소설 『식스틴』(공저)이 있습니다.
윤보는 누나를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맞닥뜨립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겪으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보는 쉬이 멈추지 않습니다. 누나를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으로 마음속의 두려움과 싸우며 용기를 내지요. 1019년, 윤보를 비롯한 고려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의 힘으로 마침내 맞이한 결말을 지켜보며,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 그린이
김도아
낙서하기 좋아하고 친구에게 그림을 선물하던 아이가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그릴 때면 언제나 가슴이 뜁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달달달 달려요』, 『머리하는 날』, 『선물이 툭!』, 『이불이 좋아』, 『살랑살랑 봄바람이 인사해요』, 『후 불어 봐』가 있고, 그린 책으로 『1019, 고려 아이들』, 『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기묘한 분식집』, 『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걱정 세탁소』, 『6분 소설가 하준수』, 『마음아 살아나라!』 등이 있습니다.
■■■ 차례
- 홍화진에서 온 병사
- 귀주성으로
- 수상한 스님
- 들찬의 비밀
- 개경이 위험해
- 눈보라에 갇히다
- 돌아온 이유
- 그리움
- 사라진 누나
- 출정
- 귀주의 북소리
- 뿔피리와 붉은 깃발
- 윤보의 봄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어디선가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들렸다. 윤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배고픈 짐승이 나타난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어쩌면 매복해 있는 거란 병사일지도 몰랐다. 윤보는 발아래 떨어진 단단한 나뭇가지를 주워 바짝 치켜들었다.
“짐승이든 거란 놈이든 어디 한번 나와 봐! 다 상대해 줄 테니까!” _6~7쪽
등짐장수들은 걱정과 호기심이 섞인 눈빛으로 윤보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 왜 혼자 가느냐…….
전쟁이 시작된 위험한 때에 어린아이 혼자 산길을 걸어 절까지 왔으니 윤보의 사정이 궁금할 법도 했다.
“어허, 이 사람들 보게. 아이가 많이 지쳐 보이니 일단 배라도 채운 다음에 물어보세.”
_14~15쪽
윤보는 방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처 신발을 신을 새도 없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 누나의 치맛자락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윤보는 울면서 가지 말라고 매달렸다. 사립문을 열고 나가려던 누나는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윤보는 이때다 싶어 손에 힘을 주려고 했지만 누나가 먼저 치맛자락을 세게 끌어당겼다. 윤보의 손아귀에서 치마가 빠져나갔다. _18쪽
문득 집에 홀로 남아 윤보와 누나를 기다리고 있을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아버지는 거란군이 흥화진으로 향한다는 말을 듣고 밤새도록 누나를 부르며 가슴을 쳤다.
그날 밤, 윤보는 할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꼭 누나를 찾아서 데려오겠다고. 누나가 돌아오면 우리 세 식구 다시는 떨어져 살지 말자고. 그런데 그 다짐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_25쪽
갑자기 한 병사가 지나가던 누군가를 불렀다. 한 소년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소년은 윤보보다 두어 살 많아 보였다. 흙바닥에서 뒹굴기라도 했는지 마른 낙엽과 물기에 젖은 흙이 옷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다.
“이렇게 만나다니 잘됐다. 이 녀석 좀 데려가서 네 방에 재워라. 그리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주먹밥 몇 덩이 쥐여 주고 성문 밖으로 내보내.”
“네?”
들찬이 떨떠름하다는 표정으로 윤보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들찬이 흠칫 놀랐다. 윤보는 그런 들찬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낯이 익었다. _48~49쪽
얼마 후 병사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 중 어떤 이는 가죽 털모자를 썼고, 어떤 이는 쓰지 않았다. 모자를 쓰지 않은 병사는 정수리와 뒷머리가 비어 옆쪽에만 머리카락을 남긴 모습이었다. 거란 사람들이 하는 변발 형태의 머리 모양이었다.
거란 병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윤보와 들찬이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들찬이 갑자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_68쪽
‘왜 이쪽으로 다시 오지?’
그 순간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윤보와 들찬의 발자국이 보였다. 발자국은 두 사람이 숨은 바위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찍혀 있었다. 거란 병사들이 그걸 보고 달려오는 게 틀림없었다.
“달아나!”
윤보는 들찬을 향해 외쳤다. 두 사람은 비탈 아래로 뛰기 시작했다. 눈 쌓인 길은 미끄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아아아악!” _74쪽
안도감이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었을까? 들찬이 맥이 풀려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형, 일어나. 일어나…….”
윤보가 들찬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윤보 역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듯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일어나……. 어서 가야…….”
윤보마저 들찬의 옆에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_85쪽
장군이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동시에 고려의 북소리가 귀주 평원에 울려 퍼졌다. 공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뒤질세라 거란의 뿔피리 소리도 연달아 울렸다. 두 나라 군대 사이에 무수히 많은 화살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 고려가 쏜 화살은 거란군에 닿기도 전에 맥을 추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바람 때문이야!’ _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