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만화 꼭지가 나오던 시절, 나는 옆방 아이를 통해 ‘픽션’의 의미를 배웠다. 입학하고 겨우 한글을 뗀 나와 달리 옆방 아이는 네 살 때부터 동화책을 줄줄 외운 수재다. 옆방 아이는 언니의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두 명의 여동생을 돌본다. 나는 <작은 아씨들>같은 옆방 자매들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무시한다.
김현영
저자 : 김현영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숨은 눈」, 『문학동네』 문예공모에 「여자가 사랑할 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냉장고』와 『까마귀가 쓴 글』이 있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