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그녀는 단지 택시 안에서 다이어리를 주웠고 그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안에는 여권과 많은 양의 돈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몸의 일부가 시들어 가고 있었다. 피부병이었다. 화병의 증상이라고도 한다. 남편은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었고, 그녀의 삶은 지친 회사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난 그도 그녀의 삶을 생기롭게 해주지 못한다. 순간 난 세상의 오래되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은 것 같은 얼룩 같다. 지친 마음으로 그녀는 택시에서 주웠던 다이어리 속 여권과 돈을 챙겨든다.
최옥정
저자 : 최옥정
196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건국대 영문과,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학교 졸업 후 영어교사를 하다가 삼십 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01년 《한국소설》에 「기억의 집」으로 등단했다. 등단 후에는 번역과 어린이 책 집필로 생활했다. 소설집으로 『식물의 내부』 『스물다섯 개의 포옹』, 장편소설로 『안녕, 추파춥스 키드』, 『위험중독자들』, 포토에세이집으로 『On the road』, 에세이집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보이는 것들』, 소설창작매뉴얼로 『소설창작수업』, 번역서로 『위대한 개츠비』가 있다. 허균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을 수상했으며, 한문 고전읽기 모임인 이문학회에서 9년여 동안 수학했다. 2018년 9월 지병으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