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시간의 차원, 환상 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욕망과 고독에 관한 통찰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죄의식, 잔인성을 드러내는 데 특이한 개성과 성취’를 보여주면서, ‘서로 어긋나 있는 시간의 차원을 겹쳐 보임으로써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불가해한 힘을 드러내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하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불안으로 인해 질주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결핍에 귀 기울인다.
<아메리칸 빌리지>
싼 가격의 비행기표를 구한 ‘조’는 아내 ‘안’과 오키나와로 향한다. 결혼 9년차의 스트레스와 아이와 경제적 압박 등 모든 것들에서 멀어지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안’은 비행기 안에서 아내 ‘조’가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국에서 미리 알아 온 소바집 ‘하루’에서 소바 말고도 다른 것도 미리 예약한 ‘안’은 그 한 방으로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물고기들의 무표정한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사방 어디든 그것들이 느리게 헤엄치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늘하늘 나는 듯 푸른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었지만 사방은 유리에 갇힌 자신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동공뿐이겠지. 자기들을 잡아 가두고 관찰하는 눈, 신기한 듯 바라보지만 따듯함이 결여된 눈빛에 지쳐 물고기들은 하루하루 신경증에 걸려 비늘을 물어뜯거나 눈을 파먹고 죽어가겠지. 조는 물고기들의 플라스틱 같은 검은 눈이 그를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아메리칸 빌리지> 중에서)
1975년생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노팅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을 공부했다.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2010년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레몽뚜 장의 상상 발전소』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