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광휘의 강림, 기적의 실현이었다.”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로 무속 공포소설의
새 지평을 연 박해로의 신작 장편소설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로 무속 공포소설의 새 지평을 연 박해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신(神)을 받으라』가 네오픽션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상갓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근원적이고 문명 초월적인 공포를 선사한 박해로 작가는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이색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였다. 작가는 전작의 성공을 뛰어넘을 야심으로 집필에 몰두해 『신을 받으라』를 완성해냈다. 이야기는 과거(1876년)와 현재(1976년), 백년을 오가며 진행된다. 과거 장일손은 경상도 섭주의 관아에서 사교(邪敎)의 교주로 몰려 처형당하는데, 죽기 전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린다. 장일손을 직접 칼로 벤 망나니 석발은 그 직후 망령에 시달리며 선녀보살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 둘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다. 선녀보살은 죽기 직전 “두 개의 해가 뜨는 날에 그들이 돌아올” 거라고 예언하고, 과거의 살육과 공포는 정확히 백년 후 재현된다.
박해로
저자 : 박해로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이색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는 중이다. 첫 번째 무속 공포소설인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의 성공 이후 전작을 뛰어넘을 야심으로 두 번째 장편 『신을 받으라』를 완성한 그는, 현재 가상의 지역 섭주에서 벌어지는 세 번째 무서운 이야기 『독생자(가제)』의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무속 공포와는 별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너머에 낯선 금단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H. P. 러브크래프트 스타일의 대체역사 공포물 『귀경잡록』 9부작을 내놓았다.
신을 받으라
뒷이야기
작가의 말
백년 만에 다시 마을로 찾아든 미스터리한 살육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무지막지한 신비
“비나이다 비나이다 주 예수그리스도께 비나이다……”
1976년 섭주의 돌아래마을로 파견된 젊은 목사 김정균은 목회에 힘쓰며 새바람을 일으킨다. 마을 주민들도 예배에 매번 참석하며 목사 곁을 따른다. 하지만 묘화만은 예외다. 마을 사람들한테 갖은 핍박을 받는 무당의 딸 묘화.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시달림 때문에 교회 안에는 들어올 수조차 없다. 결국 교회 창밖에서 혼자 기도를 드릴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수에서 목욕을 하던 묘화는 흘러들어온 황금 십자가를 품게 되는데…….
“묘화가 나를 쏘아보고 돌아가면서 ‘나 진짜로 예수님을 봤다니까!’ 하고 소릴 질렀거든. 근데 저기 있는 장닭이 갑자기 푸드득 날아올라 묘화 머리 위에 턱 앉더라니까. 분명 닭장 문을 잠가놨는데 어떻게 열고 나온 건지 모르겠어요. 그게 사람 머리 위에서 볏을 부르르 떨고 날개를 쫙 펴는데 심장 멎는 줄 알았다니까.”(50쪽)
그 후 묘화는 신묘한 기적을 선보인다. 앉은뱅이 조필순 할머니를 걷게 하고, 파천댁의 아들을 취직시키고, 어부 이바우에게는 만선(滿船)의 꿈을 이뤄준다. 반면 묘화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줄줄이 악몽을 꾸는데 그 악몽이 실현되면서 기이한 사고로 죽어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분열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전개되고, 점점 묘화의 신도자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 목사 김정균은 묘화가 행한 기적이 예수의 힘이 아님을 직감하지만, 묘화에게 쉽사리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던 것. 목사는 어릴 적 신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몰래 숨겨왔었다. 무당에게 가까이 했다간 다시 신병이 도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목사는 용기를 내 묘화를 대면하는데…….
“그분이 오셨나요?”
묘화가 눈을 번쩍 떴다.
무릎 꿇고 손을 비비던 방앗간집 부부가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구 말이냐, 묘화야?”
“누구 말이우, 아씨?”
조필순 노인이 앞으로 달려왔다. 어느새 그녀는 묘화의 집사가 되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인을 따라 묘화에게 아씨라는 존칭을 붙이고 있었다.
“그분 말이에요!”
묘화의 백옥 같은 얼굴에 환희의 표정이 넘쳤다.
(………)
정균이 묘화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누구를 말한 거냐! 네가 말한 그분이란?”
정균의 음성에 순교라도 마다하지 않을 이다운 통렬함이 묻어났다.
(223~225쪽)
그리고 이 이야기의 배후에는 무지막지한 신비가 숨어 있다. 소설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 끝에 도사리고 있는 배후와 정체는 무엇일까?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전개로 무속 공포소설의 신기원이 될 『신을 받으라』.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며 오싹하고 숨 막히는 공포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