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탁을 계기로 만나게 된 시인의 아이를 갖게 되고, 낙태수술을 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인은 새벽이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병원 회복실에서 몸에서 떼어낸 살점들을 떠올리며, 보르헤스가 말한 향기로운 상상의 동물을 생각한다.
권여선
저자 : 권여선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등단.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숲》 《안녕 주정뱅이》, 장편소설로 《레가토》 《토우의 집》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