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난

저자1 신주희
저자2
출판사 에브리북
발행일 2018-09-17
분야 한국단편소설
정가 2,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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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이 소설은 “사고 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소녀의 난>
소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녀를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시험 때문인지 아랫배의 묵직한 느낌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늙은 애인이 있었다. 그와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끝났을 때, 소녀는 그의 딸 ‘치아’의 존재를 찾아냈다. 소녀는 100만 원짜리 과외를 펑크 내고 ‘치아’를 미행한다. 소녀와 ‘치아’는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소녀가 ‘치아’에게 속삭인다. “그러지 말고, 우리 비밀 하나씩 나눠 가질까?”

나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알고 있는 것이 많아서 확실히 불행했다. 소녀의 생김새는 기본이었다. 생각과 습관, 잠버릇과 취향까지도 모를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나를 품고 있는 이 소녀에 대해서, 소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소녀가 중얼거리는 말 이외에도 소녀가 느끼는 것들이 선명한 촉감과 이미지, 소리와 맛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내 몸의 세포들은 소녀의 모든 것을 양분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운 기관들을 만들어내는 데 그것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나는, 고도로 농축된 소녀였다. (<소녀의 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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