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는 ‘빈민가의 계관시인’ 찰스 부코스키가 1978년 당시 연인이던 린다 리와 다녀온 짧은 유럽 여행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부코스키는 인터뷰와 낭송회 등 ‘책을 팔기 위해’ 유럽을 방문했는데, 이 책에는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와 87장의 생생한 사진, 1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번 여행은 프랑스의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순탄치 않은 출발과 늘 술에 취해 일으키는 돌발행동 탓에 여행은 거의 엉망진창에 가깝게 흘러간다. 그는 시 낭송회와 인터뷰를 위해 프랑스 파리와 니스, 독일 만하임과 하이델부르크, 함부르크 등지를 ‘억지로’ 끌려다닌다. 그의 생애 대부분이 그랬듯, 그는 여행 내내 취하도록 마셨고, 취해 있었고, 취기가 깨면 다시 술을 마셨다. 유럽 사람들은 미치광이 같은 그를 보며 열렬히 환호하거나 맹렬히 비난했다. 여정이 꼬이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
귀국행 비행기 표에 문제가 있어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심지어 열차에서는 술도 팔지 않는다! 그는 여행 내내 주정 같은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하루 빨리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여타의 여행 에세이가 여행지의 정취와 낭만을 이야기한다면, 이 에세이는 부코스키답게 그런 기대쯤은 가볍게 걷어차고 제멋대로 쓰였다. 그의 말마따나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쓴 지옥 체험기’인 셈이다.
찰스 부코스키
저자 : 찰스 부코스키
부코스키는 당대 미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산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모방되는 시인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1920년 독일 안더나흐에서 미국 군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50년간 살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네 살 때인 1944년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이후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자 스물여섯부터 10년간 글쓰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작가로 정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하급 노동자로 창고와 공장을 전전하거나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와 배달일을 하며 시를 썼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해고 직전에 놓인 그에게 전업으로 글을 쓰면 매달 100달러를 주겠다는 한 출판사의 제안이 있었고 마흔아홉 살이 되던 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우체국POST OFFICE』(1971)을 펴냈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분신인 헨리 치나스키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로 자전적 소설의 시작점이 된다. 이후 발표된 『팩토텀FACTOTUM』(1975), 『여자들WOMEN』(1978), 『호밀빵 햄 샌드위치HAM ON RYE』(1982) 역시 작가의 모습이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다.
그는 1994년 3월 9일, 캘리포니아 샌피드로에서 일흔셋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 소설 『펄프PULP』(1994)를 막 완성하고 난 뒤였다. 그는 평생 60여 권이 넘는 시집과 장편소설, 산문집을 냈으며 사후에도 여러 권의 책이 편집, 출간되었다. 그의 작품은 현재에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처에서 읽히고 있다.
역자 : 황소연
말 수집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찰스 부코스키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외에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인생의 베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등이 있다.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7
에필로그 165
‘미국 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맞는 작가’
안티히어로 찰스 부코스키의 여행 에세이
“또 다시 훔치고 싶은 책이 나타났다!”
술과 도박, 섹스와 폭력, 세상의 부조리 등 거친 삶을 가식 없는 문체로 써낸 찰스 부코스키. 그는 당대 미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산문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모방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책은 부코스키가 1978년 당시 연인이던 린다 리와 다녀온 짧은 유럽 여행을 기록했다. 여정을 담은 에세이와 87장의 생생한 사진, 1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에세이를 쓸 무렵 부코스키는 장편 데뷔작 『우체국』을 비롯해 『팩토텀』 『여자들』 등의 소설과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시기였다. 세계 각지의 열혈 독자를 거느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걸출한 인물과도 교류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당시 부코스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유럽을 방문한 그와 린다 리와의 오붓한 시간, 그가 태어난 집과 친척이나 지인의 집 방문, 여행 중 드나들었던 가게와 묵었던 호텔, 느긋하게 둘러본 성당과 별 볼일 없었던 경마장, 낭독회와 인터뷰에서의 생생한 현장이 담긴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부코스키의 여러 소설과 시집이 소개되며 ‘부코스키 신드롬’이 일고 있는데, 이 에세이를 통해 부코스키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와 87장의 생생한 사진 그리고 11편의 시!
여행을 싫어한 여행자의 흥미로운 기록
그의 유럽 방문은 프랑스의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순탄치 않은 출발과 늘 술에 취해 돌발행동을 하는 바람에 여행은 거의 엉망진창에 가깝게 흘러간다. 그는 시 낭송회와 인터뷰를 위해 프랑스 파리와 니스, 독일 만하임과 하이델부르크, 함부르크 등지를 억지로 끌려다닌다.
부코스키는 인터뷰와 낭송회 등 ‘책을 팔기 위해’ 유럽을 방문했다. 그의 생애가 그랬듯, 여행 내내 그는 취하도록 마셨고, 취해 있었고, 취기가 깨면 다시 술을 마셨다. 유럽의 사람들은 마치 미치광이 같은 그를 보며 열렬히 환호하거나 맹렬히 비난했다.
한편 그는 독일 라인강 근처 안더나흐에서 태어났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생가를 방문하기도 한다. 독일인 어머니와 미군 하사인 아버지와의 만남에 대해 전해 듣기도 하고, 자신이 태어난 집을 둘러보기도 한다. 낭독회와 인터뷰가 없는 날에는 뒤셀로르프에 있는 경마장을 찾거나 쾰른의 성당도 방문하며 여러 생각을 뇌까린다. 이번 여정을 위해 만난 사람들과는 매일 술판을 벌이며 자잘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끝은 훗날 그의 아내가 되는 린다 리의 뒤치다꺼리로 마무리된다.
여정이 꼬이기는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 귀국행 비행기 표가 잘못되어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열차에서는 술도 팔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술에 취한 부코스키는 끌고 가던 여행 가방을 놓쳐 한 노파를 다치게 한다. 그는 여행 내내 주정 같은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하루 빨리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여타의 여행 에세이가 여행지의 정취와 낭만을 이야기한다면, 이 에세이는 부코스키답게 그런 기대쯤은 가볍게 걷어차고 제멋대로 쓰였다. 그의 말마따나 이 여행기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쓴 지옥 체험기’인 셈이다.
글쓰기를 사랑했던 ‘열정 가득한 미치광이’가
여행 중에 마주친 적나라한 순간들
부코스키가 이 여행을 다녀온 1978년 즈음에는 한 달에 백 편이 넘는 시를 썼다고 한다. 환갑이 얼마 남지 않은 중년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작품 세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정점을 찍지도 않은 때였다.
그는 스물네 살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자 스물여섯부터 10년간 글쓰기를 포기했다. 이후 죽음의 문턱을 넘으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하루에도 수십 편 시를 쓰고 끊임없이 투고를 하며 고된 시간을 보냈다. 쉰 살에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 잡부나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 집배원 등을 전전하며 살았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1994년 일흔셋의 나이에 숨을 거두기 전까지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내며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이어갔다. 비록 당시에는 미국 주류 문단으로부터 외면당한 이단아였지만 세계 독자들은 그가 떠난 지금도 열광적으로 추종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인으로 꼽히며 ‘빈민가의 계관시인’,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한재호, 배수아, 유용주, 정지돈, 오한기, 금정연, 박현주 등의 작가가 부코스키의 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부코스키는 스스로 말했듯 주로 ‘하찮은’ 것에 대해 글을 썼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는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예를 들면 동물원 구경, 소풍 가기, 영화나 텔레비전 보기, 야구 따위의 스포츠 관람은 물론이고 장례식이나 결혼식, 파티, 시 낭송회, 해변, 크리스마스, 성당, 위대한 예술 작품 따위에도 관심 없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남자가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는 그것들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글을 쓰고 또 썼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 햄버거를 씹는 범죄자의 생각과 기분, 공장 노동자의 생활, 길바닥의 삶, 빈자와 불구자, 미치광이의 방 같은 ‘하찮은 것들’ 말이다. 이 에세이 역시 부코스키가 여행 중에 마주친 하찮은 것들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에 ‘먹고 배설하는 날것 그대로의 인간에 대한 인식’을 문학에 담아온 그의 세계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