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는 남자의 타입에 따라 달라지는 섹스의 색깔과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여자의 욕망
패션 디자이너 이연은 업무의 특성상 이탈리아 밀라노로 자주 출장을 다닌다. 이탈리아로 출장을 가려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허겁지겁 수속장에 도착해 타야 할 비행기를 놓치게 된 한 남자, 교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얼굴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어떤 사람과 꼭 같다는 것을 발견한 이연은 바로 옆에서 그를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러다가 교진의 부탁으로 이연은 핸드폰을 빌려주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교진은 이연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연은 이 남자에게서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느끼며 그에게 다가간다.
이연은 작년 여름, 밀라노에서 업무를 마치고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의 한 노천카페에서 쉬다가 건너 테이블에 자기와 꼭 닮은 한 여자가 어떤 남자와 열렬히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애정행각에 환영을 보는 듯 눈이 홀려 있다가, 혹시 이것이 도플갱어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두 사람은 한 가지 단서를 남기고 사라졌다. 남자가 부르던 여자의 이름이 엘레나였던 것, 여자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이탈리아 현지인이라는 점과 남자가 간간이 말하는 걸로 봐서 한국인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공항에서 만났던 교진은 엘레나라는 여자와 함께 있던 그 남자와 너무나 닮아 있었던 것이다.
이연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와의 오랜 연애와 익숙한 잠자리, 익숙한 편안함에 자신이 과연 그 남자와의 결혼에 어울리는 여자인지 갈등하게 된다.
이연은 이태리 출장길에 우연히 만난 교진 외에도 비행기 안에서 만난 명준, 그리고 디자인 회사의 텍스처실에 새롭게 들어온 연하남 성균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화끈한 원 나잇 스탠드 상대인 명준, 자극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인 섹스 상대이자 자신의 결혼 결심을 흔드는 교진, 떼쟁이 어린아이처럼 하룻밤 불장난에 그녀를 다 가진 듯 집착하는 성균까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섹스의 타입이 달라지고, 그에 맞게 이연의 욕망도 진화하면서 그녀의 내적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된다.
작년 여름 이태리에서 보았던 이연과 꼭 닮은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녀는 과연 지금의 얽힌 관계들을 잘 정리하고 오랜 남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을까? 새롭게 다가온 세 남자와의 섹스에서 그녀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윤소이
소설가. 여행 작가.
스무 살, 에스파냐어를 배워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모든 나라에 가보겠다는 꿈을 꾸다.
서른 살,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중 ‘내 인생의 카피’는 무얼까, 궁금해하다. 그날 당장 요가와 스포츠댄스를 시작해 몸을 만들고, 영어와 요리를 배워 용기를 키우다.
서른두 살, 처음으로 긴 여행을 떠나다. 어떤 낯선 곳에서든 한국음식을 만들어주는 순간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다. 그 후 1년에 한 번은 긴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의 일들을 끼적거리는 버릇이 생기다. 남들은 여행 작가라고 부르지만 스스로는 소설가로 불리길 희망하다.
전방위 문화예술 분야를 섭렵하는 예술 애호가이면서 현재는 향기의 세계에 빠진 향료 마니아로 10년 후쯤 조향사가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그사이에 어떤 직업을 더 거치게 될지는 아직 모르다. 유향과 몰약으로부터 시작하는 향기의 세계를 좀더 탐험하고 나서 조향사들로 미스터리 멜로 소설을 쓸 예정이다.
섹스 콜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