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절망 속에 잉태된 이종(異種)들의 이야기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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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젊었을 때 몸에 불을 지르고 노동자의 인권을 부르짖었던 전태일처럼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약자를 위해 투신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경의를 표하며, 자신의 신념을 인정해주는 것이 행복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이혼과 친일파의 손자라는 사실은 전과 기록처럼 지워지지 않고 그를 괴롭혔다. 그 저주는 계약을 강요하는 악마처럼 밤마다 찾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 울타리를 잃은 양처럼 멀리 떠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언제나 경계를 서성인다. 이제 그의 마음은 정의도, 신념도, 모두 메말라버린 우물처럼 휑뎅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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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일 때의 기분은 어땠어요?”
현은 올곧은 시선으로 묻는다. 광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시선을 피하고 잠시 헛기침을 한다. 현이 말을 잇는다.
“사람을 죽이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존재가 돼요.”
“그게 무슨 말이냐?”
“사람을 죽이는 순간, 전혀 다른 종이 되는 거예요. 겉모습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이종이 되는 거죠. 그것은 일종의 진화예요. 후천적인 돌연변이 같은 거죠.”
“이종?”
“네. 이종이요.”
윤주이
저자 윤주이
유망한 천재작가들 중에는 초기 작품에 재능을 모두 소진하고, 그 후에는 얻어진 명성으로 적당히 난해한 주제와 사회 비판 같은 것들을 버무려 근근한 글쓰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천재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재능이 없기 때문에, 열등감으로 더욱 발전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사실 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읽는 것보다 쓰는 쪽이 훨씬 더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쪽이 더 즐거운 글을 쓴다면 정말 훌륭한 작가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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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