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발 들이지 마라, 너의 혼을 빼앗길지니”
지독한 살을 맞은 한 남자의 처절한 고투
오컬트, 스릴러, 미스터리, 형사물의 결정체
무속신앙과 엑소시즘이 결합된 이질적인 공포
주목받는 장르소설가 박해로의 오컬트 미스터리 호러
당신의 영혼을 빼앗을 악령의 단서들
초상집에서 시작되다!
초상집에는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게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흔히 ‘상문살喪門煞’이라 하는 기운은 사람을 질병에 걸리게 하거나 급사에 이르게까지 한다. 치료법 또한 요원한 것이 서양의학의 힘으로는 그 원인조차 밝혀내기 어렵다고 한다. 용한 무당의 무당굿을 통해 예방하거나 치료해야 효험을 볼 수 있음이 세간에 알려진 유일한 방법이다. 이 소설은 바로 이것, 즉 죽음을 넘어 죽음이 산 사람에게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모티프로 했다. 네 번의 초상을 이용해 계모를 죽이려는 윤식의 저주가 그 발단이다. 이 저주를 받은 계모는 절대 악령의 상징으로 이야기의 막바지에서는 그 힘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져 그 누구도 제압할 수 없게 된다.
소설의 구석구석에 배치해놓은 이 절대 악령 정금옥의 단서를 찾고 또는 쫓으며 사건, 또 다른 사건은 숨 가쁘게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장소다. 상갓집. 누구나 언젠가 죽고,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러 상갓집을 방문하는 와중에 일어나는 책속의 사건들은 마침내 책을 나와 우리에게 현실 같은 공포를 전달한다. 이 위험하고도 무엄한 소재를 기피 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 인물과 사건을 유려하게 풀어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새로운 장르소설로써 독보적인 소설임이 틀림없다.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이색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는 중이다. 첫 번째 무속 공포소설인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의 성공 이후 전작을 뛰어넘을 야심으로 두 번째 장편 『신을 받으라』를 완성한 그는, 현재 가상의 지역 섭주에서 벌어지는 세 번째 무서운 이야기 『독생자(가제)』의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무속 공포와는 별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너머에 낯선 금단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H. P. 러브크래프트 스타일의 대체역사 공포물 『귀경잡록』 9부작을 내놓았다.
제1부
상갓집의 곡소리
기묘한 모자 관계
유관순과 방울 소리
404호 남자의 정체
제2부
1205호에 살고 있는 그림자
새끼 무당
절대악과의 싸움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사의 찬미
뒷이야기
작가의 말
환영, 신원불상의 변사체, 집채만 한 멧돼지……
끊이지 않는 공포의 복선
한 남자를 위협하는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제1부의 주요 등장인물은 ‘조윤식’이다. 모든 사건의 열쇠를 그가 쥐고 있다. 그의 직업은 교사. 누가 봐도 멀쩡하게 생긴 평범한 젊은 남자다. 그러나 얼마나 지독한 살을 맞았는지 허구한 날 공포에 시달린다. 계모에게 직접적인 저주를 가하기 위해 지인들의 초상집을 전전하던 중 멧돼지의 노려보는 눈, 귀신, 방울 소리, 유관순 초상화의 환영에 시달린다. 노들강변에서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것도 과거나 미래 속에 숨은 지독한 살의 복선이었다. 윤식이 계모 정금옥에게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려고 꿈꾸면 꿀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포는 이어진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살은 윤식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제1부에서 윤식의 발자취를 좇았다면, 제2부에서는 형사 종환의 추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윤식에서 종환으로 시점을 달리하여 비밀을 풀어나가려는 소설적 장치다. 윤식이 사라진 이후라 공포는 잠시 잠잠해진 듯하지만,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비밀들 속에는 더욱 엄청난 살기가 숨어 있다. 이 역시 저주가 부른 ‘악(惡)의 단면’이다. 종환은 과연 친구 조윤식이라는 한 남자를 옥죄는 공포의 존재는 무엇일까, 의문을 품으며 추리한다. 그리고 정금옥은 단순히 계모인가? 알고 보니 그녀는 사탄이 깃든 중년 여성이었다. 그렇다면 윤식이라는 한 남자와 정금옥이라는 한 중년 여성의 단순한 복수극? 지엽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소설은 개인의 저주와 복수심에서 비롯된 공포를 이야기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사로운 개인의 공포가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이었음이 곧 밝혀진다.
『을화』와 [오멘]을 병치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문명 초월적인 공포의 찬가
인간이 경험하는 공포의 근원은 어디인가
무엇이 저주와 공포, 재앙을 만들어낸 것일까. 어느 문명, 어느 지역에나 선과 악의 존재에 대한 전설이 존재한다. 특히나 신앙으로 세워진 종교는 악의 유혹을 경계하고 선을 통해 이겨내야 함을 강조한다. 한국의 무속신앙은 신, 혹은 귀신이라는 영적 존재에 대해 믿음과 경계를 모두 갖고 있다. 선신에게는 제사를 지내 복을 기원하고, 악신에게는 제사를 지내 화를 면하고자 하였다. 서양의 종교에는 악마, 사탄의 절대악이 있다. 종교를 통해 신의 뜻을 따르고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 중요한 교리이다. 바로 이 절대악 혹은 귀신은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는 윤식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착실히 따르고 의지하던 공포로부터의 탈출 방법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인물들에게 공포를 불어넣는 것이 악마인가? 아니면 인간의 복수심, 애증, 소유욕 등 욕망에서 빚어진 두려움은 아닐까. 악은 단지 인간에게 욕망을 보여주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과한 욕망과 악한 욕망을 품으면 품을수록 지독하고 흉악한 살이 윤식을 옥죄어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