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가지고 잊혀짐에 대하여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작업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슬픈 사물들은 뭔가 속삭이는 듯 합니다. TV, 선풍기, 라디오, 벽시계, 청소기, 가스레인지, 바리깡, 담배, 성냥, 중/고등학교 영어참고서, 가방, 보온도시락, 가방, 연필, 지우개, 노트, 자, 진로관광소주, 나폴레옹, 삼페인, 조우커, 토닉워터… 등 그 외에 작고, 사소한 그러나 의미 있을 만한 사물들. 아들 둘을 키우며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의 사연 있는 사진, 유치원 무렵 낙서들, 장난감, 유희왕 카드… 이런 것들입니다.”
– 2014년 부미 아트홀의 안시형 개인전 <잊혀짐에 대하여> 중에서
사라져가는 사물들. 그것은 안시형이 생활하면서 사용했었던 사물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사용가치를 상실한 오브제들이다. 그런데 안시형은 사용가치를 상실한 그 오브제들을 자신의 재산목록에 넣는다. 재산(財産)은 흔히 재화와 자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간주된다. 이를테면 개인, 단체, 국가가 소유하는 토지, 가옥, 가구, 금전, 귀금속 따위의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을 뜻한다고 말이다.
물론 재산은 단지 금전적 가치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재산은 소중한 것을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 안시형의 재산목록에 적혀있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은 당신에게는 ‘보잘것없는 사물’들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시형에게는 ‘소중한 것’들이다.
류병학
저자 : 류병학
저자 류병학은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미술평론가 및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독립큐레이터 류병학의 대표적 기획전시는 다음과 같다. 1994년 폴란드 포즈낭시의 4곳(International Artists Center, Art & Business Club Gallery, Galerii Akme Bookshop, Ksiegarni Naukowej Bookshop)에서 기획한 <피스모 이 오브라스(pismo i obras)>, 1997년 독일 구체예술을 위한 파운데이션(Stiftung fuer konkrete Kunst)의 윤형근 개인전 <다-청(umber–blue)>, 1998년 금호미술관의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 2000년 서울시 주최의 미디어시티_서울의 ‘서브웨이 프로젝트’, 2006년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2010년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의 ‘모바일아트’,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SK 파빌리온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국내외 대형전시들을 기획했다.미술평론가 류병학은 1994년 <이우환의 입장들들>(씨네월드), 1998년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금호미술관), 2001년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아침미디어), 2002년 <이것이 한국화다>(아트북스) 등 50여권의 단행본이 있다.연출가 류병학은 2001년 입체영화 <도자기전쟁>의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 2012년 아르코예술대극장에서 공연한 총체극 <더 라스트월 비긴스>의 연출도 맡았다.류병학의 대표적인 수상은 1990년 독일 금속노조상, 2008년 노무현 대통령상이 있다.
CONTENTS
PROLOGUE
안시형의 재산목록에 대하여
Part 1_가지 않은 길을 찾아서
‘상처’에서 ‘치유’로 / 돌로 ‘돌’을 만든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 / 其分也成也 其成也分也 / 돌의 향기 / 작품을 찾아라!
Part 2_사물/작품논쟁을 따라서
새로움, 현대미술의 키워드! / ‘수공업’ 아트는 끝났다! / 이것이 작품이냐/아니냐? / 산업 미술(Industrial Art), 현대미술의 혁명 / ‘소변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 / 풀밭 위의 점심식사, 뻔뻔한 그림?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 / 작품이냐/광고냐? / 예술의 종말(The End of Art) / 이것이 ‘짝퉁미술’이다! / 예술의 종말 그 이후 / 마르셀 뒤샹을 위한 기념비? / 질투는 나의 힘! / 작품을 위한 상품? / 조각 작품보다 받침대가 더 좋다! / 아트 슈퍼마켓 / 데미안 허스트, 현대미술의 악동! / 가장 비싼 작품을 위하여 / 여러분은 ‘살아있는 조각’이다! / 알몸 퍼포먼스 / 수치심이란 옷을 벗어 던져라! / 우리는 모두 작품이면서 작가이다! /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넘어서
Part 3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 로드맵-길을 찾아서 / 먼지조각 / 쓰레기로 피어난 ‘흑난’ / 생수 매병(梅甁) / 머리고무줄 드로잉 / 天池 / 손녀를 위한 할아버지의 비상금 / 내가 잠든 사이 / 환희-사탕 / 당신을 위한 고립된 자유 / 잊혀짐에 대하여 / 시간 속 사물들 / 슬픔을 간직한 남매들 / 잃어버린 사연을 찾아서
EPILOGUE
안시형의 ‘사연’에 대하여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