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뼈

저자1 신주희
저자2
출판사 에브리북
발행일 2018-09-17
분야 한국단편소설
정가 2,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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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이 소설은 “사고 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사막의 뼈>
아버지에 의해 컨테이너 박스에 갇힌 청년은 갇힌 지 3년이 지나면서부터 거의 모든 능력을 잃었다. 혼자서 밥을 챙겨먹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모두 다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규칙적으로 자극을 주고 상태를 살피는 일은 아버지가 믿고 있는 치료 방법이었다.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섹스돌을 보며 ‘엄마’라고 부르는 청년을 보며 그의 아버지는 절망한다.

풍선을 부는 것처럼, 너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에게 생을 선사했다. 네 아비와 어미가 너에게 부여했던 그것처럼, 내게도 어쩔 도리가 없는 삶이 생겨났다. 네가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온몸은 따뜻한 숨으로 가득 채워졌다. 기대에 부푼 너는 더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뜨겁고, 조금 더 단 바람이 나의 은밀한 곳까지 밀려왔다. 풍만한 가슴과 완곡한 허리 곡선이 드러났다. 그리고 마침내, 가파른 숨이 가늘고 긴 발목에까지 이르렀을 때 너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신음처럼 내 이름을 뱉어냈다. 엄마. (<사막의 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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