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이 소설은 “사고 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미싱 도로시>
1102호의 아내가 실종된 지 3개월이 지났다. 8년 만에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직적인데 아내가 사라졌다. 사라진 사람은 또 있다. 1603호는 아들이 사라졌다. 승진을 앞두고 갑자기 사표를 내 회사 동료들은 의아해 했다. 이들의 실종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돌아왔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한마디 한다. “답답해서.” 1603호는 아들의 친구들을 수소문해 그가 매주 방문했다는 호텔 커피숍에 간다. 자신도 모르게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고, 그중 50명이 넘는 여성을 만났지만 아무와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느날 사라진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무지개가 있는 것만 같다.
2012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점심의 연애」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세월호 추모 공동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남북한 작가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 등에 작품을 수록했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