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에 관한 담론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하이브리드 총서」제 9권『묵시록의 네 기사』. 이 책은 좀비 아포칼립스 등의 묵시록과 슬레보예 지젝 등의 묵시록 담론, 문학과 정치에 관한 정치철학적 논쟁, 유토피아에 대한 구제비평 등을 ‘묵시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살펴보는 복도훈의 문학, 문화비평서다. 묵시록의 아이러니를 통해 ‘역사의 종말’ 이후의 역사를 논한 책으로, 재난의 시공간에 대한 상상적 체험을 통해 자유와 평등과 같은 이데올로기, 그리고 역사에 접근한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급부상하기 시작한 국내외 묵시록 서사와 담론의 발생과 현황을 국내외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심급과 맥락을 두루 살핀 책이다.
복도훈
저자 : 복도훈
저자 복도훈은 1973년생. 안면도에서 태어났다. 고향 집 앞에 있는 조그만 도서관의 관장이 되는 게 꿈이다. 2005년부터 문학평론가로 글을 쓰고 있으며, 현재 『자음과모음』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제 52회 현대문학상(평론 부문)을 수상했으며, 문학평론집으로 『눈먼 자의 초상』(2010)을 출간했다. 그밖에 슬라보예 지젝 외, 『성관계는 없다』(2005)를 공역했다. 요즘은 과학소설과 묵시록을 즐겨 읽으며, 『묵시록의 네 기사』에 이어서 한국의 과학소설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서문
1부
1. 묵시록의 아이러니: 묵시록의 네 기사 (1)
ㆍ “만일 이대로 계속되면……”
ㆍ 세계의 종말과 자기기만
ㆍ 다자인과 디자인
ㆍ 쓰레기가 되는 삶: 『러브차일드』의 사례
ㆍ 아이들: 소망 충족의 형식
ㆍ 묵시록의 쓸모
2. 적이 없는 세계의 적: 묵시록의 네 기사 (2)
ㆍ 정상과 비정상
ㆍ Innovation
ㆍ 적이란 무엇인가
ㆍ 단도sicari
3. 저울에 대하여: 묵시록의 네 기사 (3)
ㆍ 교환의 저울
ㆍ 법의 저울
4. “내 최고의 희망으로부터 태어날……”: 묵시록의 네 기사 (4)
ㆍ 우주 파르티잔, 병구여 안녕!
ㆍ 엔트로피 내러티브
ㆍ 핼리 혜성을 기다리며
ㆍ “내 최고의 희망으로부터 태어날……”
2부
1. 사람을 먹지 않은 아이를 구할 수 있을까
―듀나와 윤이형의 좀비소설로 읽은 묵시록과 유토피아
ㆍ 1~20
2. 세계의 끝, 끝의 서사
―2000년대 한국소설에 나타난 재난의 상상력과 그 불만
ㆍ 묵시록이라는 우세종, 파국의 정서 구조
ㆍ ‘세계의 끝’의 양가성
ㆍ 유토피아 앞에서의 불안
ㆍ 재난의 자연화
ㆍ 숭고erhabene에서 기괴ungeheuer로
ㆍ 세계의 끝인가, 자본주의의 끝인가
ㆍ 세계의 끝에서 끝의 서사로
3. 대지와 파국
―칼 슈미트와 마르틴 하이데거를 통해 다시 읽는 문학의/과 정치
ㆍ “예, 나는 파국을 좋아합니다.”: 1933년 제 3제국, 시인과 총통
ㆍ 대지와 그의 적들, 정치에 대한 슈미트와 하이데거의 탐색
ㆍ 칼 슈미트: 영원한 수다에서 결단의 정치로
ㆍ 마르틴 하이데거: 세인의 잡담에서 고독한 들음으로
ㆍ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절합하기
ㆍ 대지를 둘러싼 거인족의 전쟁polㆍmios
ㆍ 대지를 방어하는 법학과 철학의 ‘파르티잔’
ㆍ 깨어진 대지, 슈미트와 하이데거 비판: 증언testimony의 문학적 가능성
ㆍ 파국의 관점에서
4. 미래에서 오는 문학
―최인석 장편 소설 ㆍㆍ나의 아름다운 귀신ㆍㆍ과 임철규 비평집 ㆍㆍ왜 유토피아인가ㆍㆍ에 대하여
ㆍ 반시대적 고찰
ㆍ ‘그리운 미망’을 위한 ‘장송곡’
ㆍ ‘플래닛 X’에서 온 ‘파란 꽃’
최인석의 경우
임철규의 경우
ㆍ 유토피아가 존재한다는 증거
ㆍ 단절, 또는 전복의 미래
ㆍ 미래에서 오는 문학
후기
발표지면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자음과모음에서는 2011년 젊은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지금-여기 다양한 인문적 글쓰기를 시도한 ‘하이브리드 총서’를 선보여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섭’의 학문하기가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 총서는 문학평론가이자 작곡가인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성학자 권김현영 외 5인의 『남성성과 젠더』, 문화비평가 이택광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정진열ㆍ김형재의 『이면의 도시』,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의 『파국의 지형학』, 인문학자 이현우의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근현대사 연구자 이승원의 「사라진 직업의 역사」 등 8권을 통해 성공적인 행보를 내디뎠다. 국내 젊고 의욕 있는 학자들의 야심 찬 학문적 실험과 매력적인 글쓰기가 한데 어우러진 보기 드문 총서로서, 익숙한 대상들을 낯선 시각과 실험적인 방법론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낸 이들의 탐구는 오늘과 이 땅의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대중들과 그것을 분석하고 전망하려는 인문학도들이 두고두고 참조해야 할 중요한 판본이 될 것이다.
당신은 세계의 종말을 꿈꾸는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꿈꾸는가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가 한국의 문화적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9권.『묵시록의 네 기사』는 좀비 아포칼립스 등의 묵시록과 슬라보예 지젝 등의 묵시록 담론, 문학과 정치에 관한 정치철학적 논쟁, 유토피아에 대한 구제비평 등을 ‘묵시록’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관통하는 복도훈의 문학, 문화비평서다. 슬라보예 지젝과 <28일후>, 조르조 아감벤과 <워킹 데드>, 카를 슈미트와 <지구를 지켜라!> 등 지적인 담론과 대중문화를 흥미진진하게 뒤섞는 이 책은 그간 한국의 비평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사유의 콜라주’이다.
『묵시록의 네 기사』가 출간되는 2012년은 지구 종말론, 인류 멸망설 등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지배적인 불안감과 동시에 새로운 세상의 도래에 대한 은밀한 희망이 교차하는 때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만든 많은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파국과, 억압적인 세계를 뒤로 하고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혁명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쓰나미의 재앙이 한쪽에 있다면, 중동의 급진 혁명과 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다른 쪽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최근 몇 년에 걸쳐 급부상하기 시작한 국내외 묵시록 서사와 담론의 발생과 현황을 국내외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심급과 맥락을 두루 살피는 문제작이다. 암울한 현실에 대한 희망 없음을 시종일관 냉정하게 응시하지만『묵시록의 네 기사』는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희망을 역설하고 있다.
‘사유의 콜라주’를 지향하는『묵시록의 네 기사』는 한편으로는 한국문학의 우세종으로 부상하는 묵시록과 SF에 대한 비평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최초의 책일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뛰어난 SF 블록버스터인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밑절미로 삼으면서 그동안 한국문학에서 주변 장르로 소홀히 취급되어왔던 묵시록, SF 등 미래의 형상화에 대한 문학적 실험과 그 가능성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묵시록의 네 기사』는 듀나, 윤이형의 좀비 묵시록, 주원규의 천년왕국 서사, 김애란, 김사과, 김현영, 박민규, 조하형, 황정은 등으로 이어지는 각양각색의 묵시록과 재난서사를 분석하면서 장르적 혼효를 통한 소설 미학의 갱신, 리얼리티의 핵심으로서의 환상에 대한 재평가, 현재와의 단절로서의 미래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 등을 모색한다. 2008년부터 과학소설과 묵시록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의 예감대로 최근 2~3년 동안 한국문학은 묵시록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만개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SF와 묵시록은 한국문학의 주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저자는『묵시록의 네 기사』에 이어 국내의 SF에 대한 본격 비평을 묶은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묵시록의 네 기사』에서 종종 말하는 것처럼 세계의 종말 대신에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확실히 지금까지 우리는 소행성이 지구를 파괴하는 할리우드 묵시록을 구경해오던 관객이었다. 그러나 2011년 10월 9일, 뉴욕 주코티 공원에 좀비로 분장한 OWS 시위대와 시위대에 둘러싸인 지젝은 함께 외쳤다. ‘이제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파괴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목격자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것이 실현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 말라.
이렇게『묵시록의 네 기사』는 정치적 비평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지난 몇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삶에서 식민화된 어휘인 ‘미래’, 시장근본주의자들과 1%의 인류에게 점령당한 그들만의 ‘미래’라는 어휘를 끈질기게 재탈환하고자한다. 저자는 자신들만의 미래를 식민화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시장주의자들과 국가주의자들이 결탁하는 한, 얼어붙은 미래를 가르는 ‘도끼날’의 상상력이 배제된, 남은 자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파괴와 생성의 묵시록적 상상력에 동참하는 일이 문학가뿐만 아니라, 억압과 고통 속에서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된 과제임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