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검은토끼

덕진은 J시의 오페라 홀에서 열리는 시민 노래자랑의 초대가수로 섭외된다. J시는 가본 적이 없지만, 우선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에 무궁화호 특실 표를 산다. 평온한 표정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두 번째 아내인 현숙의 딸이자 고등학생인 ‘민경’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지어 애를 낳겠다는 민경에게 ‘애 아빠’는 대체 어떤 놈인지 묻고 싶다. “뮤지션이에요.” 펑크 밴드 ‘머리검은토끼’의 베이시스트이자 현재 ‘전국 투어’를 돌고 있다는 민경의 남자 친구. 덕진은 J시에 가는 내내 민경의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