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오를꽃』은 두 명의 학생이 각자의 이유로 자살을 택한 이후에 겪게 되는 서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작품 속 두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세상으로 내몰렸을 때 자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에서 무작정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주인공들이 죽음 이후에 받게 되는 심판과 남겨진 자들, 즉, 두 학생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생의 포기가 가져오는 결과는 본인의 죽음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도상
저자 : 정도상
저자 정도상은 1960년에 태어났다. 1987년 단편 ?십오방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집으로는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는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등과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가 있다. 장편소설 『누망』으로 제17회 단재상을 수상했고, 창작집 『찔레꽃』으로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브라흐마의 구멍
누런 강을 건너다
카르마의 거울
가운데 하늘의 날들
불타는 집
서천꽃밭
작가의 말
정도상 신작소설
가슴에 자식의 무덤을 가진 부모의 이야기
“헛된 위로와 강요된 공감이 아닌
슬픔의 뼈에서 건져 올린 간절한 이야기.”
– 시인 안도현
작품 소개
신화와 현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규와 나래의
가운데 하늘에서의 짧은 여행 기록
『마음오를꽃』은 두 명의 학생이 각자의 이유로 자살을 택한 이후에 겪게 되는 서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작품 속 두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세상으로 내몰렸을 때 자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에서 무작정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주인공들이 죽음 이후에 받게 되는 심판과 남겨진 자들, 즉, 두 학생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생의 포기가 가져오는 결과는 본인의 죽음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쁜 여자친구와 우수한 성적, 안정적인 가정 등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해 생의 재부팅을 꿈꾸는 소년 우규. 핸드폰에 엄마를 ‘엄마느님’이라고 저장할 만큼 절대적으로 따르며 그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소녀 나래. 바로 그 엄마의 과도한 관심으로 친구들의 미움을 사 겪게 된 학교폭력에 저항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절망 속에 살아간다. 이야기는 이 아이들이 나름의 이유로 저승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죽은 뒤의 세계인 ‘가운데 하늘’에서 자기 살인의 죄로 재판을 받게 된 두 령은 스스로를 변호하기도 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실에 대해 원망하며 형벌의 괴로움에 몸을 떨기도 한다. 반면 자신들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과 친구들, 선생님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자신만을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서 도망친 두 령이 도착한 곳은 낙원도 아니고 재시작도 아니었으며, 피난처조차 될 수 없었는데…….
고통스러운 형벌과 현실에 남은 가족들의 아픔을 목격한 규와 나래는 회의감이나 상처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회의감이나 마음의 상처만 보고 있었던 우규는 자신보다 더 위태롭고 불행한 삶을 살아온 나래를 통해 어린애같이 투정만 부렸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래 또한 자신이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주고, 짜증을 부리다가도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우규를 보며 자신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작가 정도상은 시대의 아픔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왔던 소설가이다. 몇 년 전부터 그는 죽음과 폭력, 상실의 아픔을 담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에게 지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대사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며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준다. 죽음 이후의 세상을 다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긴장과 따스함이 교차하여 흐르고 있어 쉽사리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상처를 딛고 전생의 기억을 잊은 채 새로운 삶을 얻게 된 두 주인공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두 주인공의 가족이 앞으로 겪게 될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역시 알 수는 없다. 작가는 독자에게 주인공과 그 가족, 친구들, 그리고 왕따 가해자들과 그 가족이 겪는 끝없는 아픔과 회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함으로써, 이 땅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염원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 마음오를꽃이란?
제주도 설화 ‘서천꽃밭’에 피어있는 환생의 꽃 중 하나. 죽음 이후, 중음의 세계에서 윤회의 심판을 받은 령들은 서천꽃밭에서 환생의 꽃들을 먹게 된다. 뼈오를꽃과 살오를꽃, 피오를꽃, 숨오를꽃이 살아있는 육체를 완성시켜준다면, 마음오를꽃은 육체에 깃들 ‘마음’을 만들어주는 꽃이다. 마음오를꽃을 먹는 순간 령체는 인간계에서 환생하게 된다.
줄거리
이보다 더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은 없다!
자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중3 소년 규와 학업 스트레스의 최전선에서 왕따까지 당하는 고3 소녀 나래, 두 ‘자살청소년’이 가운데 하늘에서 만나 함께 심판을 받는다. 무시무시한 중천의 법신과 징벌자들, 잔혹한 형벌보다 더 무섭고 아린 것은 자신들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과 친구들의 모습이었는데…….
현실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참회를 보여주는 동시에, 세상 그 무엇보다 가슴 아픈 ‘자식 잃은 부모’의 절절한 사랑을 전해준다. 떠난 이의 고통보다 남겨진 가족들의 상실감과 슬픔이 얼마나 더 아프고 아린지 보여주는 이야기!
추천사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청소년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도상은 오래전부터 청소년의 자살과 폭력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소설 『마음오를꽃』은 청소년의 자살과 폭력에 관한 정도상의 진혼곡이다. 단순한 진혼곡이 아니다. 기어이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안간힘의 진혼곡인 것이다. 정도상은 이 소설에서 삶과 죽음,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자살과 폭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교육은 그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재정(경기교육감)
정도상의 『마음오를꽃』은 한국근대문학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마음오를꽃』은 두 명의 학생이 자살 이후에 겪게 되는 서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죽음 이후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개의 소설은 ‘죽음 이전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정도상의 『마음오를꽃』은 죽음과 삶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마음오를꽃』은 치유의 소설이다. 헛된 위로와 강요된 공감이 아니라 슬픔의 뼈에서 건져 올린 간절한 하소연이다. 정도상은 소설에서 느닷없는 재앙과 상실에 몸부림치는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며, 상처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상처를 견디는 그의 고투가 눈물겹다.
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