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밀리언셀러 작가 이원호 장편소설
1970년대 강남에 휘몰아친 생존과 야망의 전쟁사
개발을 둘러싼 정치권과 조직들 간 블랙 커넥션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등 을 낸 작가 이원호의 새 장편소설이다. 책은 1970년대를 무대로 강남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세력 다툼 등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김기승’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강남 개발에 사활을 건 자들의 극렬한 전쟁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당시 혼탁하고 치열했던 사회상과 함께 돈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맹목적인 열망과 몸부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주인공 ‘김기승’의 행보를 통해 당시 전국을 지배했던 건달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친숙하지만 오히려 낯선, 얽히고 싶지 않은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는 건달의 모습을 간결하면서 과감한 필치로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책은 강남의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거대 조직들과 정치권과의 불법적인 커넥션을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당시 강남 개발을 둘러싼 혼탁한 정치, 경제적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소설을 통해 작가와 함께 1970년대 강남의 모습과 그것의 변모를 추적해가면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강남 드림’의 실체를, 시대를 꿰뚫고 있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우리들의 질긴 욕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원호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사랑받는 대중문학 작가.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하여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1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92년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으로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 단숨에 대중문학 최고의 작가로 떠오른 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현재까지 약 50여 편의 소설로 1천만 부에 이르는 판매를 기록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전적 인생을 그린 소설 『할증인간』을 비롯해 『바람의 칼』『강한 여자』『보스』『무법자』『프로페셔널』『황제의 꿈』『대한국인』『유라시아의 꿈』 『히어로』 등이 있다.
야합
개척자
두 여자
맞짱
암살자
음모
보스
또다시 전쟁
야망
배신
함정
흥망성쇠
독립하다
깊고 긴 밤
저자의 말
김기승이 불이 꺼진 가로등 밑을 막 지났을 때였다. 뒤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으므로 김기승은 머리만 돌렸다. 10미터쯤 뒤로 두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주위가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젊다. 움직임을 보면 알겠다. 이맛살을 찌푸린 김기승이 다시 발을 떼었을 때였다. 갑자기 옆쪽 골목에서 사내들이 쏟아져 나왔다. 와락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놀란 김기승이 주춤 걸음을 멈춘 순간이다. 뒤쪽의 두 사내가 달려왔다. 이제 놈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기승이다. 김기승은 몸을 비틀어 골목에서 뛰쳐나온 사내의 턱을 겨냥하고 발끝으로 찼다.
“턱!”
사내가 머리를 비틀었지만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찍히고 나서 주차된 차 위로 뒹굴었다. 그때 다른 사내가 내려친 쇠뭉치에 김기승은 어깨를 맞았다. 이를 악문 김기승이 몸을 비틀면서 주먹으로 콧등을 쳤다.
“왁!”
콧등이 부서진 사내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은 순간이었다. 김기승은 뒷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그때 다시 한 번 어깨에 충격이 왔으므로 몸이 비틀어졌다.
“이 시발놈, 쥑여!”
어디선가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김기승은 다시 머리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넘어지면서 의식이 끊겼으므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pp.85~86
? 턱으로 앞쪽을 가리킨 이성기가 길가의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길이라야 한 사람이 지날 만한 숲 속의 오솔길이다. 김기승이 이성기가 가리킨 앞쪽을 보았다. 이곳은 영동대교 남단에서 버스로 삼십 분이나 내려간 개발 지역이다. 도로 곳곳에 지구 표식이 박혀 있었지만 아직 야산에 논밭, 과수원에다 하천가에 황무지가 널려 있는 시골이다. 앞쪽은 자갈투성이의 밭이 펼쳐졌고 서너 채의 농가가 있다. 이성기가 이마에 번진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 근방은 경기도 땅이라 먼저 개발될지도 몰겄지만 영동에서 삼십 분 거리여. 길만 잘 뚤리먼 십 분 거리도 되제. 이런 땅을 사둬야 된다고. 아직 딴 놈들이 쳐다보지 않을 때 말여.”
“이런 땅이 평당 이만 원이라고요?”
하종우가 묻자 이성기는 눈을 흘겼다.
“야, 이 사람아, 십 년쯤 후먼 열 배가 오를 거여.”
“일 년 후에 열 배 오르는 데도 있다던데.”
“글먼 그리로 가봐.”
버럭 소리친 이성기가 삿대질을 했다.
“그런 땅은 버얼써 딴 놈들이 채갔지 너한티 줄라고 냉겨놓았을 것 같냐? 정치허는 놈들, 권력 가진 놈들, 하다못혀서 시청에서 정보 먼저 안 놈들, 돈 많은 재벌들에다가 건설업자, 복부인, 깡패 새끼들까정 다 달라드는디 말여.”—pp.224~225
? 명동파가 양복쟁이라는 말이었다. 그때 사우나실 문이 열렸으므로 둘은 시선을 들었다.
“어?”
놀란 외침은 전태식의 입에서 터졌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전태식이 먼저 몸에 붙어 있는 유일한 던질 것인 타월을 던졌지만 그 순간 사내 둘이 와락 덮쳤다. 둘은 모두 손에 칼을 쥐었다.
“야, 이 새끼들!”
최재봉이 바락 소리친 순간이다.
“아윽!”
전태식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고 최재봉은 다시 사우나실 안으로 뛰어든 두 사내를 보았다. 눈을 치켜뜬 최재봉은 먼저 옆에서 일어서는 사내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았다. 그 순간 사내가 휘두른 칼날이 어깨를 베고 지나면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이 새끼!”
레슬링 선수 출신인 최재봉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소문이 퍼져 있기는 했다. 목이 잡힌 사내의 얼굴이 금방 시뻘겋게 달아오른 순간 최재봉은 등에 찍힌 칼날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입을 딱 벌린 최재봉이 다시 목을 감은 팔에 마지막 힘을 주면서 비틀었다.
“뚜둑!”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동시에 최재봉의 머리도 숙여졌다. —pp.369~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