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3월, 이준병은 집을 떠나 부산 유학길에 오른다. 의령군 부림면 오손리 구산마을을 떠나, 부산사범학교에 입학, 학업과 생활을 병행하다 전쟁이 터진다. 김길원은 1935년 오사카 출생으로 53년 부산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전쟁 후 이백 만 명의 피난민이 넘쳐, 전시의 수도를 피해 공부에 몰두하지만, 집안형편으로 낙향한다.
부산을 떠나는 버스에서 길원과 준병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준명은 학교가 일주일간 봄방학에 들어가 고향에 다니러 가는 길이었. 둘은 버스에서 통성명을 하고 고향을 떠나 고학생 신분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친구가 된다. 준병이 길원에게 자신의 책을 기꺼이 나눠주겠다고, 서로의 자리에서 학업을 지속하자고 말한다. 둘을 태운 운명의 버스가 어디로 진입하는지 알지 못한 채. 준병은 길원의 편입시험 제안을 받아들여 신흥대(현 경희대) 정경대에 수석으로 합격한다. 서울로 유학 온 ‘암장’ 회원들이 동아리를 틀고 있는 이문동 귀퉁이 자취방에서 준병은 학생운동에 눈뜨기 시작한다.
김원일
저자 : 김원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196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늘 푸른 소나무』 『마당 깊은 집』 『바람과 강』 등과 중단편집 『어둠의 혼』 『도요새에 관한 명상』 『비단길』 등이 있으며, 미술책으로 피카소의 생애와 작품을 해설한 『김원일의 피카소』가 있다.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