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위로 눈이 나리고 있다. 나는 대나무 숲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작년 늦봄에 꽃을 피웠던 대나무 숲을 떠올린다. 육십년 만에 핀 꽃, 죽미. 하루가 지나고 나자 잿빛으로 말라 죽어간 모습을 잊지 못한다. 읍내 사진관에서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날, 김봉도는 아랫목에 누워 있는 아내를 부르지만 죽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거절하고, 홀로 마을회관에 나선다.
문순태
저자 : 문순태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고, 조선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에 「백제의 미소」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