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그리움, 봄의 설렘을 잇는 김하인의 푸르고 투명한 여름 연가. ‘… 나 청춘을 보내고 홀로 돌아가야 하는 어두운 귀가(歸家)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네. 사랑이 끊기면밝음도 끊기나니 그대 나를 끊고 돌아서는 순간 이 세계가 별 하나 눈감는 것처럼 간단하게 소등돼…’ – ‘마음이 어둡네’ 중에서
김하인
1962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하였고, 대학교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장편소설 『푸른 기억 속의 방』을 출간하고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정소설·감성소설이라고 일컫는 순정소설을 발표해 온 대표적 대중문학 작가로, 감각적 문체와 필연과 우연의 구성, 멜로드라마의 요건을 충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고전적 사랑을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 작품인 『국화꽃 향기』(2000년)는 베스트셀러(100만 부 판매)에 올라,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텍스트가 되었다. 이후 『아침인사』 『눈꽃편지』 『소녀처럼』 『순수의 시대』 『안녕, 아빠』 『잠이 든 당신』 『세 가지 사랑』 『신예작가 유인경』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국내작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출판 종합 1위를 기록,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지금은 작가와 지방신문 기자를 겸직하고 있으며,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김하인아트홀’과 ‘국화꽃향기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1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절망
.당신의 바다 …12
.여름 엽서 …13
.그리움이 읽는 세상 …14
…
.나의 제안 …36
2 당신을 하루만 선물 받을 수 있다면
.그리움이 환하다 …40
.반딧불이를 날리다 …41
.부처님 오신 날 …42
…
.모란꽃 …66
3 떠나가는 당신의 즐거운 뒷모습
.전공 때문에 망하다 …70
.혼자 보는 영화 …71
.당신이었을 거야 …73
…
.강진 서신 …116
4 당신으로부터 열리는 길
.다시 사랑하기로 하다 …120
.느낌 …121
.정오의 휴식 …122
…
.우리 다시 만날 날 …151
귀가하면 냉장고부터 제일 먼저 엽니다.
몸의 필요입니다.
목이 마르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하지만 한밤중에 냉장고를 열 때는 가슴을 위해서입니다.
마음이 허기져서이고 갈증 나서입니다.
샴페인을 마시거나, 얼음 띄운 커피나 마티니 한 잔을 당신과
함께 마시고픈 서늘한 제 바람을 만나게 됩니다.
냉동고에 넣어둔 듯 제 그리움은 여전히 싱싱하고
당신 미소는 생생합니다.
제 가슴에서 당신을 평생 꺼내 먹고 마셔도 당신이
과연 바닥날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듯 냉장고를 열 때마다
산다는 게 그리움 잡아먹는 짓이란 걸 아는 순간 성에 끼듯 냉
가슴에 소름 좌악 돋습니다. —p.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