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이 답하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택광이 묻고 철학자들이 답하는『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이 책은 문화평론간 이택광이 철학자 9명을 대담장으로 소환해 일대일로 인터뷰한 대화를 엮었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등 철학자의 주요 관심사와 지금 이 세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 지금 철학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에선 서구의 정치철학과 아시아의 사상 지형까지 포괄하여 철학자들을 만나기 전 사유의 지형도를 그린다. 2부에선 이택광과 9명의 철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엮었다. 슬라보예 지젝은 현 위기 상황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것을 요구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주문하며 역사적인 현상으로 소비주의에 주목 하는 지그문트 바우만은 ‘2012년 현상’을 강조하며 예측 할 수 없는 미래를 쉽게 종언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지금 세계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담고 있다.
이택광
미술, 영화, 대중문화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작가.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에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환경에 한동안 적응하지 못했으며 우주여행을 떠나는 그림을 그려서 꽤 큰상을 받기도 했다고 추억한다. 그 후로도 그림을 잘 그려서 여러 번 상을 탔지만 곧 시들해져서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얼떨결에 들어간 부산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후 문화연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서 철학과 문화이론을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워릭 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셰필드대학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에 있으면서 『교수신문』 통신원으로 활동했고 몇 군데 잡지에 기고를 했다. 영국에서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을 즐겨 읽었고 그의 글에 이끌려 19세기 파리와 유럽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년 동안 도서관과 미술관을 오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여름이 오면 측백나무들이 가지런한 볕 좋은 공원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영국 펍의 비어 가든에서 빛깔 좋은 맥주를 마셨다고 전한다. 그 행복한 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눴고 책 쓸거리들을 잔뜩 얻어 돌아왔으며 광운대학교에서 문화이론과 문화연구를 가르쳤다.
그는 자신의 모토를 “그림의 잉여를 드러내는 글쓰기” 라고 밝히며 글쓰기는 그림 그리기의 대리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림에 대한 글을 계속 쓸 생각이라고 포부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1999년, 영화주간지 <씨네 21>에 글을 발표하며서 본격적인 문화비평을 시작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국제 신문>에 영화 비평을 쓰기도 했으며, PSB 라디오에서〈이택광의 문화 읽기〉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2008), 『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2008), 『이현세론: 영웅 신화와 소외성의 조우』(형상 1997),『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갈무리 2002),『민족, 한국 문화의 숭고 대상』(2007),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2007),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2002),『무엇이 정의인가?』(2011)(공저), 『마녀 프레임』,『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인생론 On Life』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숀 호머 Sean Homer의『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 Marxism, Hermeneutics, Postmodernism』(문화과학사 2002)이 있다.
프롤로그 … 5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 17
왜 프랑스 철학인가? … 25
‘정치적인 것’의 계보학 … 33
영국의 신좌파 … 39
이탈리아적인 차이 … 46
철학과 아시아 … 53
철학자들을 만나다
슬라보예 지젝: 사유를 시작하라! … 63
자크 랑시에르: 몫 없는 자들의 몫으로 … 91
지그문트 바우만: ‘2012년 현상’을 기억하라! … 135
가야트리 스피박: 정치적 행위자를 길러내는 교육 … 155
피터 싱어: 다윈주의와 윤리적 삶 … 171
사이먼 크리츨리: 실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181
그렉 렘버트: 누가 ‘영구평화’를 두려워하랴? … 199
알베르토 토스카노: ‘평범한’ 마르크스주의 … 211
제이슨 바커: 진리는 훨씬 더 도전적이다 … 223
철학자 소개 … 234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로 아홉 명을 만나기에 앞서 이택광이 그리는 사유의 지형도 격이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구의 정치철학뿐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과 왕후이에 주목해서 본 아시아의 사상 지형까지 포괄한다. 철학자들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개념으로 뜻하는 바와 영국 신좌파의 출현, 이탈리아의 예외주의, 아시아에서 사상 전개가 부상하는 상황 등을 개괄하며 “낯설지만 흥미진진한 이론의 콜로세움”으로 안내한다.
2부는 이택광이 철학자 아홉 명과 각기 나눈 인터뷰 내용이 엮여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현 위기 상황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것,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자크 랑시에르는 보잘것없는 익명의 대중이 권력에 대해 행사하는 위반으로서 민주주의와 데모스를 다시 사유하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정상적인 질서를 전도하는 혁명을 요청한다. 역사적인 현상으로서 소비주의에 주목하는 지그문트 바우만은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2012년 현상’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 너무 쉽게 ‘종언’을 고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문화를 읽는 이론가’로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가야트리 스피박은 중요한 화두로 학생들 교육을 꼽는데, 정치적 행위자를 길러내는 일은 아주 오랜 교육 과정을 요하며 이렇게 지속되는 교육으로써 억압을 제거하고 욕망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는 피터 싱어는 마르크스가 간과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인간 본성에 주목하며 호혜적인 관계를 위해 협동하는 체제를 만들 것을 요청한다. 아나키스트 정치철학자이자 활동가인 사이먼 크리츨리는 철학의 본령에 관한 논의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주의가 빠지기 쉬운 경제 환원주의를 정치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주제로 평화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 ‘영구평화프로젝트’의 행사 차 2012년 봄에 한국을 방문한 그렉 램버트는 조선노동당사를 방문하며 받은 인상과 사유를 공유하며 전쟁과 평화의 측면에서 철학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 사이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램버트는 들뢰즈?가타리의 철학을 둘러싼 미국적 환원주의 해석의 풍토를 비판하는 자신의 주요 저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광신’에 관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으며 제이슨 바커의 다큐멘터리 〈마르크스 재장전〉에도 등장하는 알베르토 토스카노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를 과다하게 포장하는 이데올로기적 기획을 지적하며 대안을 찾으려 하기보다 이 체제 안에 내재한 것을 바꾸는 이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마르크스 재장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이자 바디우 연구자인 제이슨 바커는 지금 위기를 말하기에 신자유주의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경제에 미치는 정치의 작용에 주목하는 한 마르크스의 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며 월스트리트를 점령 시위가 내포하는 한계를 적시한다.
이택광의 서설과 잇따라 그가 철학자들과 진행하는 대담은 우리 세계가 처한 위기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모두 지금이 끝을 말할 때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는 사실이다. 실패하고 실망하고 게임은 끝났으며 졌다고 생각되더라도 다시 한 번, 더 낫게 실패해볼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는 것이다.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라는 이택광의 말처럼 독자로 하여금 문제를 고민해보도록 만드는 데 여기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메시지가,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