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문에 들어서면 어머니의 냄새가 난다. 그 때문인지 아내는 일주일 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든이 넘었지만 아직 생의 욕망이 왕성하다. 식탐도 많고 시기심이며 질투심도 대단하다. 도시에서 우리 부부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형언할 수 없는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신 김치 군내, 쿠리한 된장 냄새, 시지근한 땀 냄새, 발가락 고린내, 생고등어 비린내……. 젊었을 적, 그토록 싱그럽던 어머니의 냄새는 어디로 갔는지.
“이놈아, 에미한테서 나는 냄새는 에미가 자식 놈들을 위해서 알탕갈탕 살아온, 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샌겨.” 두 여자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어머니의 냄새는 과연 사라질까 아니면 더욱 존재감을 내뿜게 될까. 나는 냄새의 파워게임이 장악한 익숙한 공간에서 슬그머니 아내의 손을 들어주고야 마는데.
문순태
저자 : 문순태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고, 조선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에 「백제의 미소」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