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이름

네 개의 이름

저자 신주희
저자2
출판사 에브리북
발행일 2018-09-17
분야 한국단편소설
정가 2,900원

도서구매 사이트

도서구매 사이트

“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네 개의 이름>
공원에 놓인 벤치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이 네 개인 여자. 사람들은 그녀가 탈북자인지 조선족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탈북 후, 다시 북송되었던 트럭에서의 이야기, 단련소 형량을 마치고 다시 두만강을 건너 ‘푸셰’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야기, 이름 ‘림미정’을 ‘임미정’으로 바꾸기 위해 개명 신청을 한 이야기. 그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간다.

나는 그렇게 매일 다른 당신을 만난다. 그러나 모두를 기억하지 않는다. 공평하게 기억하고 공평하게 잊는다. 그렇지만 내게도 명치와 같은 것이 있어서 이따금씩 툭, 하고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철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살지만 똑같은 날들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과 같은 부류에 속한다. 나는 그들에게 단 한 번도 문 닫은 적 없는 카페고 술집이다. 모든 밀어와 욕설, 말하지 못하는 비밀과 진실을 엿듣는 조용하고 긴 의자, 나는 벤치다. 이름이 네 개인 여자를 안다. (<네 개의 이름> 중에서)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