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과 한국사회의 성장 이야기
한 사람이 태어나 끊임없이 성장하듯이,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사회도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개인과 사회의 성장 모두를 다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어른이 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 소년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지난 6~70년대를 통해 한 소년의 성장과 한 사회가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다.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장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작품인 것이다.
목포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전남 함평군으로 이사를 가게 된 소년 박수형. 그 곳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 ‘토박이’ 짱인 종수와 혼혈아 토미와 알력 다툼을 시작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보고 들은 것은 군인과 탱크 그리고 군부를 욕하지만 통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인물들을 통해 사회적인 갈등과 인생의 한 과정으로서 성장을 다루어 개인과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지지 않고, 화해하지 않고, 달려가는 주인공과 가족들, 친구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청소년기, 그리고 성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속에서 또 다른 저 먼 곳으로 지금도 달려가고 있는 우리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윤효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를 졸업하고, 1995년 『소설과사상』에 단편 「새」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허공의 신부』와 『베이커리 남자』가 있으면, 1997년 『문학동네』에 시를 발표하며 시집 『게임테이블』을 출간하였다. 장편소설로 『노러브 노섹스』가 있으며, 테마 소설집 『서른 살의 강』과 『꿈꾸는 죽음』을 공저하였다.
프롤로그. 아내를 키우는 소년들
1. 내 날개를 구해줘
2. 그 집엔 문이 많다
3. 위험하지 않으면 즐겁지도 않지
4. 이겨야만 돌아갈 수 있어
5, 담배 피우는 여자
6. 누구의 상처가 더 큰가
7. 깜찍한 악마들
8. 초희 누나
9. 내겐 너무 무거운 의무
10. 가을엔 상처가 더 많다
11. 내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12 몹시 슬픈 얼굴을 한 적
13. 오, 그레이스!
14. 청회색 마당에 내려앉은 우울
15. 남자의 왕국
16. 그보다 더 큰 아이들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17. 알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18. 우리들의 하얀 거짓말
19. 호수 도시로 떠나다
20. 이별
21. 천사는 없다
누구나 상처와 함께 자란다
이 천년 대의 십대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
미래를 생각할 때, 이루고 싶은 것보다는 편안히 살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고, 가족과 또래 집단으로부터 소외와 따돌림을 경험하는 현대의 청소년들, 그들에게 있어 지난 시대의 유년들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만이 과거의 특징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가 걸어온 길이다.
이 글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어른이 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 소년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지난 6~70년대를 통해 한 소년의 성장과 한 사회가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그려내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10대는,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어 6~70년대는 외형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청소년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힘과 열정의 시간은 마치 폭풍처럼 강렬하면서도 그것이 지나고 난 다음에는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이다. 성장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람과 사회 모두의 성장과 그 이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 않는다, 화해하지 않는다, 나는 달린다
–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
소년 박수형은 목포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전남 함평군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는 함평이라는 공간에서 그곳 사람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우선 제 또래의 친구들 속에서 알력 다툼을 시작하는데 ‘토박이’ 짱인 종수와 혼혈아 토미가 바로 그 상대들이다. 물리적인 다툼을 넘어 ‘부하’ 아이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효과적인 방법 등 심리적인 싸움도 전개된다. 수형, 종수 그리고 토미는 유독 ‘대장’, ‘힘’에 집착한다. 이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60년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들이 보고 들은 것은 군인과 탱크 그리고 군부를 욕하지만 통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주인공 수형에게는 모두 네 명의 누나들이 있다. 그들은 결혼과 학업, 가족 내에서의 여자가 가지는 역할로 힘들어 하며 아버지와 다투고 어머니의 이해를 받는다. 이는 지난 시대 우리 어머니와 누이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갈등이다. 어머니가 그런 모습을 대표하는데 아버지의 좌천을 따라 함평으로 내려가고 그곳 생활에 불만과 불안을 몸소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아버지를 보필하며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고투한다.
이에 비해 아버지는 가족들의 입장에서 무책임한 면이 있다. 함평으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산고깃집’이라는 곳을 들락거리며 그곳 여주인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가족에게 내려야 하는 결정에 있어 다소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가부장으로서 가지는 큰 책임에 비해 그가 가진 실제적 능력이 모자람에서 연유한다. 이 또한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네 아버지의 전형일 것이다.
박수형의 또래 집단에 대한 알력 다툼은 끝내 누구의 승패나 화해도 아닌 ‘성장’으로서 그 끝을 맞이한다. 이것은 성장소설이 가지는 일반적인 주제이자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토박이’ 짱인 종수는 집 떠난 엄마가 돌아와 가족과 함께 함평을 떠나고, 토미 또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제 갈 길을 찾는다. 성장은 어떤 결론이 아닌 과정이다. 삶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지만, 성장이라는 과정 없이는 이 둘 모두 있을 수 없다. 박수형과 종수, 토미는 타툼이 있은 후에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지만 이미 그들에게서 다툼이나 시기의 느낌은 읽을 수 없다. 열병처럼 그들을 스쳐간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