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닿지 않는 아이>로 문단에 등단한 권하은의 장편소설. <바람이 노래한다>, <비너스에게&t;를 통해 문단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아온 권하은 작가가 ‘청소년 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쓴 장편소설이다. 삼대에 걸친 한 가족의 운명을 담은 작품으로 개성 넘치는 강렬한 문장과 특별한 미감을 통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비극을 표현해낸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전후까지의 배경으로 삼대의 처절하고 비참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비순차적으로 그렸다. 1부에서는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수환과 수환의 딸 수련이 미희를 찾아 가며 겪는 이야기이다. 수련과 수환은 전쟁 통에 갖은 고생을 하다가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두 사람이 얽히며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2부에서는 수련의 할아버지인 세주와 수환의 어머니인 환영, 환영의 오라비인 환수 그리고 금잔 이 네 사람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3부는 전쟁이 일어나면서 삼대가 흩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하고 전쟁이 끝나면서 맞이하게 되는 세주, 수철, 수환의 죽음에 대한 비극적인 결말과 세상에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권하은
저자 : 권하은
저자 권하은은 백석예술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미술신문』 『미술세계』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청소년소설 『바람이 노래한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발이 닿지 않는 아이』와 청소년소설 『비너스에게』가 있다.
1부 – 길
2부 – 금광
대저택
3부 – 공장
허공
전쟁의 암흑 속에서 아름답게 직조된 환상!
비운의 삼대를 관통하는 광활한 서사
살아가는 데 아무런 쓸모없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
그들의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삶!
『꿈꾸는 밤』은 『발이 닿지 않는 아이』로 문단에 등단하며 놀라운 흡인력과 밀도 높은 서사로 관심을 받아온 작가 권하은의 새 장편소설이다. 『바람이 노래한다』, 『비너스에게』를 통해 문단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아온 권하은 작가가 ‘청소년 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쓴 장편소설이다.
『꿈꾸는 밤』은 삼대에 걸친 한 가족의 운명을 담은 작품으로 개성 넘치는 강렬한 문장과 특별한 미감을 통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비극을 표현해낸다. 그 방식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짜여 있어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권하은
권하은은 미술을 전공한 미술지(紙) 기자 출신으로, 이제까지 청소년문학에 등장했던 여타 감성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선보여왔다. ‘미술 전공자’라는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이 화자의 내면묘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작품 안에 녹아든 처절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표현들이 수려한 문장과 함께 독특한 심상을 이룬다.
또한 밀도 높게 서사의 완급을 조절하며 원숙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장악력으로 작품과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살아가는데 아무 쓸모없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
『꿈꾸는 밤』에는 다채로운 인간군상이 포진되어 있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세주,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수환, 극도의 예민한 방어 기질과 애정 결핍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폭력적으로 파괴해버리는 수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집안사람들 위해 인생을 바쳐 이들을 돌보는 금잔 등 주요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수련의 어미인 미희, 세주의 아내인 환영, 환영의 오빠 환수, 수철의 아들 운조 등 삼대에 걸쳐진 한 집안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수많은 인물들 각각에 개성을 불어 넣어주며 독특한 캐릭터로 작품 속에 그려낸다.
어미인 미희의 재주를 그대로 물려받아 무녀의 운명을 타고난 수련, 그러나 자고로 무녀란 타인의 비극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꿀 수 없는 존재로 타인의 슬픔과 비극을 몇 갑절로 겪어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수련의 어미인 미희 역시 피비린내 나는 자신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포착할 수 있으나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으며, 말도 할 수 없는 운조, 서커스단의 난쟁이사내, 거인, 공중곡예사 등 『꿈꾸는 밤』에 나오는 인물들은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 재주로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늘 너무 늦거나 약간 부족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외롭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재주는 그 자신을 제외한 타인에게는 때로는 따뜻한 한 줄기의 빛이 되기도 하고 전쟁이라는 암흑의 시기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쓸모없는 재주가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비극 속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희망은 잉태된다.
『꿈꾸는 밤』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를 흘러 해방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 남북으로 분단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이다. 전쟁 속에서 공격을 피해 남쪽으로, 때론 북쪽으로 유랑하는 사람들, 추위와 헐벗음, 굶주림으로 피폐해진 그들을 위무해주는 것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서커스 천막에 띄워진 앞 못 보는 수환이 띄워 올린 유리공들이자, 처참한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새털만큼의 기대나마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수련의 예언, 난쟁이, 거인, 공중곡예사 등의 작은 재주들이다.
세주의 금광도 호수 위에 지어진 으리으리한 대저택이나 총과 갑옷으로 무장한 막강한 수철의 군부대도 결국엔 모두 파멸하고 군홧발과 적들의 총탄으로 온몸이 찢겨버리고 말지만 그 와중에도 남은 것은 불모지 시베리아 땅에 피어난 소박한 일상, 말과 글로는 전할 수 없지만 서로의 손에 전해지는 온기이다.
자신의 혹은 가족의 업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간 사람들 뒤에는 결국엔 살아내게 되는, 살아가야 하는 남은 생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