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배를 탄 지 열흘, 나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부터 떠나왔다. 마흔 아홉의 생일날, 당신의 파산 소식을 듣고 그동안 보물처럼 쌓아왔던 살림살이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긴다. 지난 몇 년을 제외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던 삶에서 파산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불안하기만한 몸과 마음, 중력을 이탈한 것만 같은 삶에서 나는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오십 세 여자의 화자를 통해 복기하는 생의 지난한 여정.
김이정
저자 : 김이정
경북 안동 출생.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1994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도둑게』,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물속의 사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