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해졌다” 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각도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소설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이 소설은 “사고 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극>
여기 노인이 있다. 노인은 혼자다. 혼자서 오로라를 기다린다. 시오라팔룩, 오랫동안 그곳을 생각했다. 노인은 아비였던 시절, 아이를 잃었다. 수학여행 길에 바닷속으로 침몰한 아이. 남자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자주 아팠다. 딸의 장례, 시위대, 죽음. 남자는 스스로를 극지로, 더 먼 곳으로 몰았다. 남겨진 사람들의 잔인한 아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효나 다름없는 세월, 내일을 생각하기 위해 길을 떠난 한 사람의 여정 이야기.
2012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점심의 연애」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세월호 추모 공동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남북한 작가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 등에 작품을 수록했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