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만화가 = 만화시편
귓가에 맴도는 詩의 소리와
닿을수록 새겨지는 만화의 온도
만화시편; 그래픽 포엠이라는
낯선 텍스트의 낯익은 온도
이 책에는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시 10편과 미수록 시 10편을 담았다.
각각의 편은 [만화]―[시 전문]―[시인의 코멘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한 수 한 수 읽고, 보고, 느끼고, 사색하시기를 바라며 책을 만들었다.
서윤후
저자 : 서윤후
저자 서윤후는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과 여행 산문집 『방과 후 지구』를 썼다.
저자 : 노키드 (만화)
저자 노키드는 송채성 추모공모전에서 〈고혈압소년저혈압소녀〉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레진코믹스에서 〈8군플레이그라운드쑈〉, 〈감기 4부작〉, 〈이상한 날〉 등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밴드 ‘꽃과벌’의 멤버로 앨범 〈바깥의모습〉을 발표했다.
시인의 말
남극으로 가는 캠핑카
독거 청년
단지 유령일 뿐
파리소년원
희디흰
나의 연못
사탕과 해변의 맛
고아축구단
오심 ?고아축구단을 위한 선언
해적 소년단은 말했지. 우리를 필요로 하거든 애꾸눈과 몽고반점을 달라. 아니면 우리의 목숨은 백 년 동안 그물에 걸려 본 적 없는 아가미를 가지게 될 테니.
거장
구체적 소년
방물관
밀입국을 도와줄게
우리가 열렬했던 천사
카이로 소년
동창회
우물관리인
무사히
프롤로그
만화가의 말
시인의 말 中
시가 만화로 그려지는 일을 상상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그려본 일은 있었지만요. 구체적인 장면으로 시를 읽어가는 일을 해보게 되어 기쁩니다. 이 소년들을 영영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다림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수색하거나 싸움을 지속하거나 방공호의 담요를 찾아 나서는 소년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모두 나였고, 그들은 내가 되는 일을 부정했습니다. 부족했고 작았습니다.
만화가의 말 中
사실 시집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네오카툰을 통해 시집을 만화로 만들자는 의뢰가 들어왔을 때의 본심은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 좀 더 문학과 절친한 작가님이 작업을 맡아주시는 게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서윤후 시인님의 시집을 읽고 그 속으로 흠뻑 빠지고 난 뒤, 그만 욕심을 생겨 이 책에 만화가로 이름을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렸고 서윤후 시인님의 의도를 가능한 한 굴절 없이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편집자의 말
그동안 주로 만화가분들과 일을 했습니다만, 지난해 문득 시인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가와 시인, 시인과 만화가… 이렇게나 좋은, 두 재능이 만나면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간 시를 소재로 한 만화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를 그 자체로 만화에 녹여 냈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즉시 수소문했고, 지인을 통해 서윤후 시인을 만났습니다.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저도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함께하실래요?” 하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전혀 짐작 못 한 상태였고, 그래서 그다음에 만난 노키드 만화가에게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만화시편’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합체! 크로스! 같은 분위기로 시와 만화가 정면으로 부딪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일단 ‘이름’이 생기자 그릇 할 몸집의 윤곽이 아주 조금 떠올랐습니다.
이후 우리는 손발이 잘 맞는 용병들처럼 흰 옷 같은 캔버스에서 모험을 즐겼습니다. 맛이 별로인 사탕은 걸러내고 건더기만 모아서 책에 구겨 넣기도 하고 웅크림이라는 도형에 손뼉 치기도 했습니다. 굳이 각자의 포지션이 뭐였냐고 묻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심판 없이도, 우리는 새로움을 위한 거짓말을 잘 펼쳤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구간에서는 서로에게 통행료를 나눠주기도 하면서요.
초기에는 이 책에 만화만 실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업하는 사이에 시 전문이 추가되었고, 시인의 코멘터리가 붙었습니다. 사실, 코멘터리 부분은 사상 초유의 작업을 맡게 된 만화가에게 시인이 보내는 상냥한 편지였습니다. 근데 내용이 덜컥 좋아서 독자들과 나눠야겠다고 저와 만화가는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이 언젠가 여러분도 잘 아는 안부가 되리라 다짐해봅니다.
어느 누구도 주인인 척하지 않는 세계에서,
어둠보다 더 깊어져야만 살아낼 수 있는 세계에서,
안녕히 또 안녕하시기를.
만화시편은 내일도 독자를 구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