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나를 치유할 선물일까? 악마의 검은 속삭임일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건대창작동화상 수상작가 조규미의 첫 장편소설 『가면생활자』. 근미래를 배경으로 사용자의 얼굴에 따라 변화하여 최상의 모습을 만들어주는 특별한 마스크를 둘러싼 거대 기업의 음모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십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 기술과 윤리의 문제까지 생각을 확장시키는 SF소설로, 기술적 내용을 현란하게 묘사학보다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고민을 입체적인 캐릭터의 활약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 아이마스크 사는 특수 물질을 사용한 마스크를 개발한다. 마스크를 쓴 가면생활자는 곧 특별한 신분을 상징하게 되는데, 이들은 엄청난 금액의 가면을 쓰고 도시 중심부에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화려한 정원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 진진은 신제품 베타테스터에 선발되고, 마스크를 써 본다는 기대에 들떠 정원으로 들어간다.
통제와 간섭만이 존재하는 기숙사와는 전혀 다른 정원에 들어선 순간, 진진은 가면 생활자들의 생활에 마음을 빼앗긴다. 한편 오타는 발신자가 없는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가족이 없는 오타에게 자신을 형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보낸 편지는 오타를 사건 깊숙이 이끌고, 오타는 사건을 해결하고자 위험한 도전을 시작하는데…….
조규미
단편청소년소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장편동화 『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로 제11회 건대창작동화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동화 『9.0의 비밀』 『별을 읽는 소년』, 청소년소설집 『옥상에서 10분만』이 있다.
베타테스터
서명 없는 편지
변신
안티마스키드
정원에서 만난 사람
제안
새로운 친구들
또 한 명의 베타테스터
포춘 카드
유령을 찾아서
마지막 리포팅
아잘레아
쏘미아
방문자
그의 정체
잠입
만남
작가의 말
죽은 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
특별한 가면에 단서가 숨어 있다?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린 십대들의 뜻밖의 모험!
『가면생활자』는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건대창작동화상을 수상한 조규미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로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집 발간지원사업 지원작으로 선정되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 잘 짜인 구성, 개성있고 생생한 캐릭터, 얽히고설킨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까지. 『가면생활자』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 기술과 윤리의 문제까지 생각을 확장시킨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특히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가면생활자들의 정원’에 대한 묘사는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 주인공 진진은 뭉툭한 코, 여드름이 붉은 깨처럼 솟아난 이마, 졸린 듯 보이는 눈……. 아무리 예쁘게 보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열여덟 소녀다. 그렇기에 아이마스크의 베타테스터가 된 순간 그녀는 전속력으로 마스크의 유혹을 향해 달려간다. 18년간 자신을 비껴가기만 했던 행운이 이번에는 제대로 와서 한방 터뜨린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진진은 설사 그 시간이 길지 않고 거품처럼 꺼진다 해도 상관없다며 유혹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긴다. 욕망은 진진을 압도해 버린다. 진진은 죄의식 없이 남의 옷을 훔쳐 입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가 그나마 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기숙사 친구 해나. 그러나 해나도 진진의 질투 대상일 뿐이다.
그에 비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인 오타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받고 외면한다. 하지만 편지는 오타를 사건 깊숙이 이끌고, 오타는 사건에 휘말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끝까지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한층 성장한다. 주인공들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많다. 아이마스크를 총괄하는 닥터 함, 왕성한 식욕을 소유한 천재 프로그래머 피그를 비롯해 안티마스키드 회원으로 활약하는 건지와 도마뱀, 정원에서 만난 진진에게 친절을 베푸는 재력가 다빈,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왠지 수상한 정원사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곳곳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나를 치유할 선물일지, 악마의 검은 속삭임일지
가치 판단을 내릴 틈도 없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가면은 이미 손안에”
작가라면 누구나 도달하고픈 지점이 있다. 작품 내적 상황이 등장인물을 강하게 유혹하고, 그리하여 완성된 작품이 독자를 거침없이 끌어당기는 것. 바로 유혹의 이중주다. 그 지점에 도달하려면 평면적인 등장인물로는 어림도 없다. 누군가는 욕망에 무릎을 꿇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로 인한 파국을 맞아야 한다. 또한 욕망의 위협에 맞서는 캐릭터도 필요하다. 조규미 작가는 『가면생활자』에서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멋진 작품을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읽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다. 나를 치유할 선물일지, 악마의 속삭임일지, 가치 판단을 내릴 틈도 없다. 책을 펼치는 순간 가면은 이미 독자의 손에 놓여 있다. 책장을 넘기는 당신은 이미……. “가면생활자입니다.”
_최영희 소설가(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2016 SF어워드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