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두 소녀, 메이크업으로 통하다!
클렌징폼 대신 팥가루, 스킨토너 대신 미안수
21세기 소녀 강체리의 조선 효연 공주 구하기
『조선가인살롱』은 어느 날 갑자기 조선으로 타임 슬립한 21세기 소녀 체리가 현재로 되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존감과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막힘없이 전개되고, 십대 소녀처럼 통통 튀는 유쾌한 문체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닮아 ‘오리지널 조선 미녀’로 불리는 강체리.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체리는 자신 없는 외모를 성형 화장으로 감추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품 가게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깜깜한 터널이 펼쳐졌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니 황당하게도 조선에 와 있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스스로 임무를 찾아내서 1년 안에 완수해야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체리는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로 실어증에 걸린 효연 공주를 만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공주마마 말문 열기’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공주는 무슨 이유인지 체리를 심하게 거부하기만 하는데……. 체리는 과연 효연 공주의 마음을 열고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신현수
저자 : 신현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민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샘터상’에 동화가, 2002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가가 되었다. 청소년소설, 동화, 어린이지식정보책, 옛이야기책,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주제의 책을 두루 쓰며 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통해 독자와도 만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플라스틱 빔보』 『분청, 꿈을 빚다』 『그해 유월은』 『사월의 노래』 『내 이름은 이강산』 『하람이의 엉뚱한 작전』 『용감한 보디가드』 『호랑이 꼬리 낚시』 『제비 따라 강남 여행』 『내가 사는 집』 『지구촌 사람들의 별난 음식 이야기』 등이 있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혹시 저 인간이 채홍사일지라도
클렌징폼 대신 팥가루, 스킨 대신 미안수
산앵두처럼 상큼한, 배꽃처럼 환한
그런다고 포기할쏘냐?
그대 같은 천하절색, 나 같은 천하박색
미션명 ‘공주마마 가인 만들기’
조선에서 썸을 탈 줄이야!
네가 단매에 죽어 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윤곽 화장술 VS 반(反)윤곽 화장술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조선 규수들의 워너비 모달
강남흔녀는 NO, 개성가인 OK!
광통교 위에 보름달은 떠오르고
한양의 핫플, 조선가인살롱
그대는 나의 정인, 나는 그대의 정인
하늘 가득 먹구름
음산한 추국장
큰칼 쓰고 옥에 갇혀
그날은 오는데
머물까, 돌아갈까?
은파란 반지를 낀……
작가의 말
실어증에 걸린 효연 공주의 말문을 열어라,
임무를 완수해야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다!
‘조선 미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중생 강체리는 동글납작한 코와 쌍까풀 없는 눈, 통통한 볼을 화장으로 숨기고 다닌다.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청소년 자존감 UP 캠프’에도 참가해 봤지만, 외모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자신이 없고 유튜브를 통해 배운 성형 화장 기술만 나날이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화장품 가게에 들른 체리는 신상 화장품 케이스에 달린 거울을 보다가 블랙홀 같은 곳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 간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 풍경도, 자신의 옷차림도 어색하게 변해 버린 이곳은 조선?
효연 공주는 21세기에 살았다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도 남을 법한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조선 사람들의 눈에는 추녀로 보일 뿐이다. 저잣거리에는 어린 아이들마저 효연 공주가 추녀라고 놀리는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그렇다 보니 효연 공주는 외모 콤플렉스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가 그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또래의 조선형 미녀 체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굳게 닫혀 버린 효연 공주의 말문을 열고 미션을 완수해야만 하는 체리. 끊임없이 다가오려고 애쓰는 체리가 그저 자신의 못난 외모를 놀리는 것 같게만 느껴지는 효연 공주. 두 사람의 사이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삐걱대기만 한다.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외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조선가인살롱』은 사회가 요구하는 서로 다른 미(美)의 기준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두 소녀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보여 준다. 작가는 21세기 소녀와 조선 시대의 소녀가 각자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등장인물들이 외모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기준을 허물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나는 누구이고, 정말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대한민국에 외모지상주의가 있다면,
조선에는 관상지상주의가 있었다!
세상을 뒤집어놓은 21세기 소녀의 개성지상주의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하는 기준에 맞춰 외모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얼마만큼 예뻐져야 행복할까? 외모 문제는 십대 청소년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이다. 사춘기 소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지금보다 더 예뻐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 화려한 SNS 스타들과 달리 내 외모는 평범함을 넘어 못난 것처럼 느껴져 지금의 외모에 괜스레 불만이 생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있어 메이크업은 기본이 되었고, 성형조차 원한다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조선가인살롱』은 외모 문제가 비단 현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조선 시대에 관상을 중시했던 사회 현상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는 외모에 자신이 없는 평범한 21세기 여중생이 우연히 조선 시대로 가면서 겪는 특별한 경험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마치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만 같은 체리와 효연 공주는 십대들이 느끼는 외모 콤플렉스를 대변한다.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중심에는 ‘나다움’이 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눌려 자라지 못하고 있던 ‘나’를 개성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면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 간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눈으로 스스로를 조금 더 깊이 바라볼 것을 권한다. 체리와 효연 공주가 함께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지금껏 갇혀 있던 외모에 대한 고정 관념을 잠시 내려놓고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