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대한초등교사협회 추천 도서·인증 도서!
예비 초등학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필독서
「어떻게 해요?」의 아홉 번째 이야기,
『할아버지가 창피할 때는 어떻게 해요?』
학교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생활 가이드북’이 되어줄 「어떻게 해요?」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인 『할아버지가 창피할 때는 어떻게 해요?』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서준이는 항상 생선 냄새를 풍기는 할아버지가 달갑지 않다. 냄새에 예민해 할아버지 앞에서 “욱!” 하고 헛구역질을 해버리기까지 한다. 비가 오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서준이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 학교를 찾아온다. 할아버지를 마주한 서준이는 창피함을 느끼며 도망을 치는데…….
이 작품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어하고 창피해하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내며 깨달음을 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설 때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하는지, 창피한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친구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할아버지를 창피해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냄새와 관련된 부정적인 말을 해 친구들과의 사이까지 나빠진 서준이는 어린이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어린이 독자들이 『할아버지가 창피할 때는 어떻게 해요?』를 읽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창피해하지 않고 가까워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란다.
■■■ 지은이
이성엽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늘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지치지 않고 뿜어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말과 행동은 누가 가르쳐 줄까?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언어를 전달해 줄 동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공모전에 연달아 입상하면서 어린이 여러분과 만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내 뿔을 찾아줘!』 『태엽을 감아줘!』 『꽃씨를 돌려줘!』 『키재기 기린의 비밀』 『탄소중립을 위해! 쓰레기를 자원으로』 『명태의 이유 있는 가출』 『학교가 싫을 때는 어떻게 해요?』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지금은 활발한 집필 활동과 강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 환경 보호, 탄소 중립에 관한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wewant@hanmail.net
■■■ 책 속에서
“뭐라고? 할아버지가 지금 오신다고?”
엄마 말에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농어는 좋지만, 할아버지는 좀……. _8p
사실 나는 냄새에 무진장 예민하다. 남들이 맡지 못하는 작은 냄새도 내 코는 놓치는 법이 없다. 오죽했으면 학교에서 내 별명이 개코가 되었을까? _9p
할아버지가 두 팔을 벌렸다. 나는 가서 안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아빠의 도끼눈과 다시 마주쳤다.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다.
“욱!”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하며 할아버지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우리 반 정호에게 나던 생선 비린내 섞인 땀 냄새가 할아버지에게서도 났다. _13~14p
“아휴, 할아버지 냄새. 좀 떨어져서 앉을래?” 나는 정호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를 틀어막았다. 생선 비린내가 섞인 땀 냄새는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유 없이 정호가 싫었다. _19~20p
할아버지였다. 생선이 담긴 비닐봉지와 우산을 들고 나를 보며 활짝 웃고 계셨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코를 틀어막은 여재환,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진희, 당황한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정호의 표정까지 천 천히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_35p
“생선 장수, 운동회가 코앞인데 마라톤 연습 안 하냐? 어차피 안 될 거라 포기한 거야?”
여재환은 이제 대놓고 생선 장수라고 부르며 내 속을 긁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재환을 노려보았다.
“너 정도는 한 발로 뛰어도 이길 거니까 네 걱정이나 하시지.”
여재환이 자신 있다는 듯 말했다.
“누가 이기는지 내기할까?” _50p
나는 아빠가 다친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서서 나도 모르게 말을 이상하게 하고 말았다.
“그럼 마라톤은?” _57p
여재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야, 생선 장수! 형이라고 불러 봐.”
깔깔거리는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뒤따라 들리는 것 같았다. 진희에게 일 등 도장이 찍힌 손을 사진 찍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쳤던 것이 후회되었다. 이번 운동회는 완전히 망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_58p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여재환의 얼굴만 자꾸 떠올랐다.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할아버지가 아빠를 대신해 함께 달려 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용기를 내 거실로 나가 할아버지 앞에 섰다.
“할아버지, 진짜 마라톤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완주하셨어요?” _60p
생선 냄새가 나는 할아버지가 낯선 서준이,
할아버지가 집에 머무는 기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서준이는 농어구이를 좋아합니다. 할아버지가 농어를 보내주시면 서준이가 제일 맛있게 먹고는 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직접 농어를 가지고 집에 오셨지 뭐예요? 서준이는 기운이 쭉 빠지고 맙니다. 농어는 반갑지만, 할아버지는 반갑지 않았어요. 평생을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산 할아버지의 몸에는 씻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선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준이를 안으려던 할아버지 앞에서 서준이는 “욱!” 하고 헛구역질까지 하고 맙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할아버지의 생선 냄새 때문에 서준이는 할아버지가 낯설게 느껴질 뿐입니다.
“야, 생선 장수!”
냄새 때문에 꼬일 대로 꼬여버린 서준이의 여덟 살 인생
서준이는 별명이 개코일 정도로 냄새에 예민합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냄새를 맡으며 핀잔을 주기 바쁘지요. 그런 서준이에게 큰 고난이 닥쳐옵니다. 글쎄, 할아버지가 생선 냄새를 풀풀 풍기며 학교에 찾아온 것이 아니겠어요? 서준이는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반갑게 자신을 부르는 할아버지를 보며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교실로 도망을 쳐 버렸어요. 그때부터 친구들은 서준이를 ‘생선 장수’라고 부르며 놀려대었지요. 특히 여재환은 시도 때도 없이 서준이를 놀려대었어요. 그런 여재환에게 서준이는 내기를 하자고 합니다. 며칠 뒤 운동회 때 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이긴다면 더 이상 할아버지를 놀리지 않기로 말이에요.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라톤 연습,
제대로 달리는 방법을 배우며 깨달은 것
아빠와 마라톤 연습을 하려던 서준이에게 또 한 번의 고난이 찾아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빠의 다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서준이는 다친 아빠를 걱정하기보다, 여재환과의 내기를 먼저 걱정합니다. 울음을 터뜨리며 고민했지요.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가 달려 줄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어요. 바로, 할아버지였지요. 고민 끝에 서준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하게 됩니다. 왕년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도 했던 할아버지에게 숨 쉬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말이에요.
어떤 냄새든 향기롭게 느낄 수 있어.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을 뿐이지!
드디어 마라톤 대회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여재환이 마라톤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여재환의 아빠가 운동회에 못 오셨기 때문이었지요. 할아버지는 잔뜩 풀이 죽은 여재환을 보고, 셋이서 함께 달리자고 제안합니다. 서준이도 동의의 의미로 미소를 지었어요. 중요한 것은 등수가 아닌, 다 같이 끝까지 달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거든요. 서준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재환이는 같이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서준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하며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냄새와 좋은 냄새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요.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어떤 냄새든 향기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서준이는 더 이상 할아버지의 생선 냄새가 창피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소중한 냄새니까 말이에요.
서준이처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설고 창피했던 경험을 한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곤란한 상황이 펼쳐지고는 하지요.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이에요. 헛구역질이 날 만큼 싫어하고 창피해하던 할아버지의 생선 냄새가 이제는 더 이상 창피하지 않은 서준이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