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순간
내게로 찾아온 다른 차원의 목소리
어느 날 이어폰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입시’라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을 수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판타지 소재로 풀어낸 『페어링』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번으로 출간되었다. 『페어링』은 남들처럼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기를 꿈꾸는 청각이 예민한 소녀 수민과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수민 앞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세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민은 학기 첫날부터 아끼는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그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산다. 남다른 우정과 전통으로 명성이 알려진 학교 방송부에 입부 신청을 하려는 수민을 친구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그 시선에 부담감이 더 커진 수민은 결국 방송부 입부 면접을 망치고 탈락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수민에게 반 회장이자 ‘다차원’ 멤버인 세진이 봉사활동과 심화 보고서 작성을 함께하는 게 어떻겠냐 묻고, 영문 모를 제안을 의심할 틈도 없이 수민은 심화 탐구 보고서를 쓰러 간 방송실에서 버려진 이어폰을 발견하게 된다. 과외를 하러 간 친구들 대신 보고서를 정리하던 수민은 그곳에서 수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소설은 수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판티지 소재를 통해 청소년기에 가장 민감한 문제의식 중 하나인 ‘입시 문제’를 독특하고 풍성하게 펼쳐낸다. 상황은 다르지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둘러싸인 수민과 세진의 서사와 그들을 위로하는 신비로운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무선 이어폰처럼 소설과 ‘페어링’ 되어 있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규미
단편청소년소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장편동화 『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로 제11회 건국대학교 창작동화상을 수상했다. 『가면생활자』『첫사랑 라이브』『너의 유니버스』『옥상에서 10분만』 등의 청소년소설과 『9.0의 비밀』 등의 동화를 썼다.
나와 미니
방송부 면접
다차원
녹음 부스에서 생긴 일
수상한 목소리
선배 찾기
리스트 컷
현수 VS 세진
프린트의 비밀
CCTV에 찍힌 얼굴
내가 증언할까?
친구 아닌 친구
주머니 속에서
작가의 말
“너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각자가 지닌 외로움과 혼란함을 위로해 주는
따스한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
『페어링』은 삭막한 입시 전쟁을 치르는 청소년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고, 무시당하는 데에 익숙해진 수민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괴로워하는 세진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험 점수’와 관련한 사건은 청소년 독자에게 결코 낯선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는 입시, 시험과 같은 현실적인 주제를 학교 방송부에 전해 내려오는 소문과 그와 관련한 신비로운 목소리라는 독특한 소재로 풀어낸다. 방송실에 버려져 있던 이어폰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주인공 수민뿐만 아니라 독자 역시도 그 목소리를 따라 서서히 고조되는 사건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어폰 속 목소리는 학기 첫날부터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공부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괴로워하는 인물들에게 위로의 문장을 끊임없이 건넨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수한 성적과 다양한 스펙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믿음과 용기의 한 마디일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 함께 살아 내자. 함께 이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자”
막막하고 위태로운 청소년의 오늘을 어루만지는 격려의 문장
십 대를 지나고 있는 많은 청소년이 ‘나’라는 존재가 숫자 속에 갇혀 등수로 매겨지는 데에 익숙할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뭐였는지, 나의 존재가 정말로 등수와 점수로 매겨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게 하고, 진정한 ‘나’라는 존재 가치를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에게 학창 시절은 가장 눈부시고 값진 순간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간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모두의 학창 시절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소설 바깥의 수민과 세진에게까지 닿기를 바란다. 누군가 나의 괴로움과 고민을 들어주길 바라는,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이 소설이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