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가워. 이번엔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
『시간을 파는 상점』 『다이어트 학교』
『오즈의 의류수거함』 『식스팩』 『보통의 노을』이 새로, 시작된다!
『시간을 파는 상점』 『오즈의 의류수거함』 등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들을 엄선한 후, 그 안의 조연들을 ‘주연’의 자리로 이끌어 냈다. 그 결과 탄생한 스핀오프 단편집이 바로 『친구의 친구: 너의 스토리 메이트』다.
각 단편 뒤에는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를 실어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는지 보다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의 옆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공은 항상 ‘나’였다
『친구의 친구: 너의 스토리 메이트』는 『시간을 파는 상점』 『오즈의 의류수거함』 등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들의 스핀오프 앤솔러지다. 김선영, 이희영 등 유명 작가들의 소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책에서는 각 장편소설의 ‘조연’들이 ‘주연’으로 등장해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설탕이 졸아드는 시간」은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 온조의 친구인 난주의 시점에서 기존 작품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 「오늘도 프리스타일」은 『식스팩』에서 주인공 대한이 지켜내려 했던 리코더 부에 모종의 이유로 입부했던 윤서가 주인공이 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조연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이 앤솔러지는 기존 소설을 읽은 이들에게는 그리운 인물들을 멀리에서나마 다시 한번 만나는 기쁨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새롭고 풍성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꽃다발 같은 책이다.
다섯 명의 ‘조연’이 새로운 ‘주연’이 되어 펼치는,
우리가 몰랐던 책 뒤의 이야기들,
그리고 다섯 작가의 마음이 담긴 미니 인터뷰까지
『친구의 친구: 너의 스토리 메이트』에 담긴 조연들의 주연으로서의 이야기는 나의 삶에서 마치 내가 조연인 것처럼 느껴지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내 삶의 주인공은 항상 나’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 마음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더 확고하게 할 수 있도록 각 단편 뒤에 작가들의 ‘미니 인터뷰’를 실어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정한 토닥임을 더했다. 또 작가들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코너도 마련해, 많은 팬들이 작가들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겠다.
자기만의 호흡과 자기만의 걸음걸이로 뚜벅뚜벅 가면 모두 다 자기 삶의 주연입니다. 스스로를 높이고 사랑하는 자존과 나의 주인은 나다, 라는 주체성이 있다면 누구든 세상의 중심이며, 주인공입니다.
_김선영 작가 미니 인터뷰 중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쓸 테니, 여러분은 부디 재밌게 읽어 주세요.
_이재문 작가 미니 인터뷰 중
이처럼 『친구의 친구: 너의 스토리 메이트』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모습의 삶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따스한 안정감을 주는 작품이다. 이 책과 함께 『다이어트 학교』 『보통의 노을』 등 기출간된 장편소설들도 촘촘하게 톺아본다면, 더 크고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선영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2: 너를 위한 시간』 『특별한 배달』 『미치도록 가렵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 『내일은 내일에게』 『붉은 무늬 상자』 『무례한 상속』 등과 소설집 『바람의 독서법』 『밀례』가 있다.
김혜정
『디어 시스터』 『다이어트 학교』 『하이킹 걸즈』 『판타스틱걸』(드라마 〈안녕, 나야〉 원작) 『학교 안에서』 『오백 년째 열다섯』 등의 청소년 소설과 「헌터걸 시리즈」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맞아 언니 상담소』 등의 동화를 썼다.
유영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헬로 바바리맨』이 있고, 참여한 소설집으로 『십대의 온도』 『마구 눌러 새로고침』이 있다.
이재문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이 시장 돌프』로 교보문고 동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식스팩』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몬스터 차일드』로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이희영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에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보통의 노을』 『테스터』 『썸머썸머 베케이션』 『나나』 『챌린지 블루』 등이 있다.
설탕이 졸아드는 시간
48kg
여름날의 미스터리
오늘도 프리스타일
마지막 이름
난주는 아주머니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다 나를 위한 거라는 거. 아주머니는 한순간도 자신의 삶을 무위로 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엄마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난주가 이현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은 이현을 좋아하는 난주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이 온조를 좋아하는 것도 자신의 ‛완벽한 그리움’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사람에게서는 ‘멋짐’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멋짐이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난주 눈에 이현이 언제나 멋져 보여서 심장이 나대는 거처럼 말이다.
_38쪽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나면 속이 빈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차지 않은 느낌. 음식을 먹을 때도 맛이 아예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생각했고 체중계 숫자를 떠올렸다. 그러다 보면 숫자를 삼키는 건지 음식을 먹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45.9킬로그램이 된 나는 이전의 나와 다른가?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면 내가 아닐까? 체중계 위 숫자는 진짜일까? 가만, 혹시 체중계가 고장 난 거면 어쩌지? 설마 엄마 아빠가 일부러 적게 나가도록 조작한 건 아니겠지? 도대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일까.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떡볶이 하나를 더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양념은 매콤하면서 달콤했고 떡은 쫄깃쫄깃했다. 나는 천천히 오래 떡볶이를 씹었다.
떡볶이는 진짜였다.
_78~79쪽
“저번에 내가 말했던 ‘자아의 신화’ 기억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수많은 상처와 고통이 있을 거야. 어쩌면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우리에게는 ‘표지’가 있거든.”
“표지?”
“생의 모퉁이마다 감춰져 있는 신의 선물이지. 무심코 펼쳐 든 잡지에서 읽은 글귀, 간밤에 꾼 꿈, 예기치 않은 만남 같은 것들이 우리를 이끌어 주는 거야. 마치 계시처럼.”
나는 나로 하여금 배우의 꿈을 갖게 한 뮤지컬을 떠올렸다. 대학로에서 봤던 〈레 미제라블〉. 그것도 일종의 표지였을까.
“나는 네가 표지를 잘 따라왔다고 생각해. 오늘 이렇게 우리가 코엘료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믿어.”
_126쪽
마구잡이로 쏟아놓아서 말에 두서가 없었지만, 정리해 보자면 다혜의 말은 대략 이랬다. 지율이 먼저 나를 공격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그 애에게 사귀자고 말해서 그 애를 빼앗아갔다, 게다가 내가 무슨 춤만 추면 다음 날 배워 와서 똑같이 따라 춘다, 그러면서 아이들 인기를 빼앗아 가려 한다…….
“선생님도 지율이만 칭찬한다고요.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알아요? 툭 하면 아는 척, 잘난 척, 귀여운 척! 장기자랑 발표 시간에는 러브캔디 춤을 췄다고요. 내가 제일 먼저 췄는데!”
순간, 다혜가 왜 그토록 지율을 미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질투가 나는 거구나.
그리고 그 질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아주머니와의 만남 이후로 돌변한 다혜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까지 밉고 질투 날까 싶지만, 생각해 보면 나도 다혜와 비슷한 과였다.
_175쪽
“그럼 이번에도 수희와 백송은 다시 태어나? 윤회 말이야.”
지금 옛날이야기나 할 때냐? 하고 왈칵 짜증 내던 녀석이 이런 것까지 물어본다. 아무래도 이야기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응, 윤회를 거쳐 또다시 만났다지?”
“이번에는 무엇으로?”
노을이 물었다.
“둘 다…… 사람으로.”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쓰게 웃었다.
“그럼 둘이 이제 맺어지는 거야?”
이것 역시 내가 할머니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았다.
“그게 말이지…….”
괜스레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생각해 보니 전혀 유쾌한 결말이 아니었다. 노을이 쓸데없이 전생을 들먹이는 바람에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_231~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