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읽어내는 근현대 미술사의 큰 흐름
이중섭부터 고갱까지, 수많은 예술가의 작품과 예술 세계가 모두 담긴 거대한 컬렉션.
이 놀라운 수집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삼성가 제1대 컬렉터인 이병철의 컬렉션을 이건희와 홍라희가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이후 이건희 부부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떻게 미술품을 수집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컬렉터가 컬렉션을 구축할 때, 그 과정에서 컬렉터와 2인 3각의 역할을 한 화상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미술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이후 컬렉터의 손에 넘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랑인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회장과 가나아트‧서울옥션의 이호재 회장 등, 이건희 부부에게 그림을 소개했던 화상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세한 일화를 담았다. 이건희의 거실과 안방에 어떤 그림이 걸렸는지, 이건희와 백남준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등의, 컬렉터와 작가, 화상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저자는 미술사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비평적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야기꾼 기질을 발휘한다. 다년간 미술전문기자로 일하며 갈고닦은 미술 시장에 관한 안목으로, 화가와 컬렉터 그리고 화상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면서도 그 작품이 왜 중요한지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는 것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 출판사 리뷰
‘단군 이래 미술계 최대 뉴스’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읽어내는 근현대 미술사의 큰 흐름
이중섭부터 고갱까지, 수많은 예술가의 작품과 예술 세계가 모두 담긴 거대한 컬렉션,
이 놀라운 수집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인왕제색도〉 한 점의 가격만 최소 5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건희는 미술관을 건립할 의도로 국보급 미술품을 모았다. 한 시대에 대한 연구가 가능할 정도로 수집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이건희 컬렉션은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및 국내 유명 근대 미술품 등 2만 3,000여 점에 달한다.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을 합친 컬렉션의 가치는 2조 5,000억 원~3조 원으로 추산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진 2만 1,600여 점에는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삼십 대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며 처음 구매한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국보 14건, 보물 46건) 60건이 포함됐다. 이건희 회장이 소유했던 국보 30점, 보물 82점의 절반 이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보물과 작품 들을 두고 “청자・분청사기・백자 등 도자기, 서화, 전적, 불교 미술, 금속 공예, 석조물까지 한국 고미술사를 망라하는 A급 명품”이라고 했다.
이건희, 홍라희가 30여 년에 걸쳐 모은
보석 같은 작품과 예술가에 관한 친절한 해설,
수집 과정과 세기의 기증에 얽힌 이야기까지
저자는 이 거대한 컬렉션을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한다. 이건희‧홍라희가 어떤 작품을 모았는지를 말해주는 것보다, ‘컬렉터 이건희’ ‘컬렉터 홍라희’의 모습을 찾고, 그림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들이 작품을 모아온 방식을 살펴보고 그렇게 모은 그림 한 점이 마음을 두드리며 행복을 주었는지, 위작을 사는 등의 실수가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여러모로 탐색하며 세기의 컬렉팅 뒤에 숨은 노력들을 들여다본다. 맹렬한 취재를 통해 발굴해낸 이 고군분투의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꼭지마다 컬렉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기존에 나온 다른 책과 갖는 차별점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삼성그룹 오너 이건희의 사망과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 미술품 국가 기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갖는 파급력으로 인해, 이 기증에서 미술 전문인이자 미술 컬렉터였던 홍라희의 이름은 사라졌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한다. “나는 기증 이슈에 들떠 우리가 잊고 있는 삼성가 컬렉터 홍라희의 이름을 이 책에서 불러내고자 한다. 홍라희는 삼성가의 미술 경영인이었으며 신혼 초부터 남편 이건희와 함께 미술품을 수집해온 컬렉터고, 더군다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기에 남편에게 현대미술 가이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관습에 젖어, 의식하지 못하고 부르는 ‘이건희 컬렉션’ 대신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중섭부터 폴 고갱까지,
38명의 화가의 이야기를 담다
이 책은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대구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된 한국의 근현대, 서양의 근대 작가들에 집중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고미술품은 제외하였으며 또 국가에 기증되지 않은 서양 현대미술 작품도 다루지 않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은 세 줄기로 구성된다. 아버지 이병철로부터 상속받은 컬렉션, 본인이 모은 컬렉션, 아내 홍라희의 취향이 발현된 컬렉션. 다만 칼로 무 자르듯 구분 짓는 것이 쉽지 않아 본문 구성에서는 그런 구분을 피하고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내 화가 서른여덟 명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의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백남순을 비롯해 서양의 피카소, 고갱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서 중요한 화가들의 일대기와 미술 세계를 설명한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화가뿐 아니라 미술사에 남을 작업을 한 화가,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단명한 화가 등 다양한 화가의 예술적 면모를 찾아 담았다. 또한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에 속한 작품과 더불어 각 화가의 대표 작품을 함께 담아 각 화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병철, 이건희, 홍라희, 3명의 컬렉터
그리고 화상들의 목소리로 풀어간 ‘세기의 기증’ 그 뒷이야기
이와 동시에 저자는 삼성가 제1대 컬렉터인 이병철의 컬렉션을 이건희와 홍라희가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이후 이건희 부부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떻게 미술품을 수집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컬렉터가 컬렉션을 구축할 때, 그 과정에서 컬렉터와 2인 3각의 역할을 한 화상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미술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이후 컬렉터의 손에 넘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화랑인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회장과, 가나아트‧서울옥션의 이호재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부부에게 그림을 소개했던 화상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세한 일화를 조사했다. 이건희의 거실과 안방에 어떤 그림이 걸렸는지, 이건희와 백남준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등의, 컬렉터와 작가, 화상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저자는 미술사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비평적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야기꾼 기질을 발휘한다. 다년간 미술전문기자로 일하며 갈고닦은 미술 시장에 관한 안목과 주관으로 화가와 컬렉터 그리고 화상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면서도, 그 작품이 왜 중요한지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는다. 바로 그 점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손영옥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 저널리스트. 서울대학교에서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필명 손정)으로 당선된 이후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민일보에서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국장 대우)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미술사 강의를 했고,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페미니즘 미술’ ‘한국 미술시장의 탄생’ 등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EBS TV,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미술사와 컬렉팅 관련 대중 강연을 했다.
저서로 『거리로 나온 미술관』 『미술시장의 탄생』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한 폭의 한국사』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단색화 새로 읽기: 포스트 식민주의와 글로벌리즘 사이」 등을 썼다.
프롤로그
1장 ◦ 컬렉션이 있기까지: 세기의 수집가들
한국의 메디치, 이건희
가려진 이름, 홍라희
고미술품 수집가, 이병철
숨은 조력자, 이호재와 박명자
2장 ◦ 국민화가들의 명작 컬렉션
이중섭, 은박지에 숨겨진 거장의 또 다른 향기
김환기,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하다
천경자, 꽃, 나비, 뱀 그리고 여인
이인성과 서동진, 천재 화가와 스승
권진규와 권옥연, 함경도 권진사댁이 낳은 두 예술가
오지호, 붓끝에서 태어난 명랑한 산하
3장 ◦ 추상을 향한 현대적 미감 컬렉션
유영국, 산에는 모든 것이 있다
장욱진, 방바닥에 펼친 소우주
김종영, 조각하지 않는 조각의 아름다움
이성자, 파리에서 성공한 첫 여성 화가
이응노, 멈출 줄 모르는 자기 변혁의 작가
문신, 생명체의 신비가 떠오르는 조각
박래현과 김기창, 경쟁자이자 동지였던 부부
4장 ◦ 미술사의 빈자리를 메운 희귀 컬렉션
김종태, 작품이 단 네 점만 전해지는 위대한 화가
나혜석,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페미니스트 화가
백남순, 독보적 스케일의 낙원
이대원, 농원에 환희를 담은 화가
변종하와 서진달, 이건희의 고향 대구의 미술인
5장 ◦ 시대의 반짝임을 담은 컬렉션
박항섭, 그리고 싶은 그림 vs 생계를 위한 그림
김은호, 인기, 그 달콤하고도 위험한
이상범과 변관식, 한국화의 최고봉과 반골의 미학
박대성, 가장 현대적인 먹의 세계
임옥상과 신학철, 민중 속에 피운 예술
채용신, 왕을 그린 마지막 어진 화가
6장 ◦ 서양 근대미술 컬렉션
파블로 피카소, 도자기를 캔버스 삼은 거장
클로드 모네, 빛을 사랑한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이 품은 사랑의 온도
마르크 샤갈, 그가 그리면 추억도 환상이 된다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우정 속에 꽃핀 초현실주의
카미유 피사로와 폴 고갱, 일요화가를 키운 ‘인상주의 삼촌’
참고문헌
그날 기자회견실에 흐르던 긴장감과 흥분 그리고 열기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문체부 장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 미술관 수장들의 공동 브리핑은 미술계에 일어나기 어려운 큰 사건이었다. 방송 카메라가 자리 경쟁을 벌이고, 평소 보지 못하던 매체까지 총출동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단군 이래 미술계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었다는 흥분감이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동력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9쪽)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은 이중섭이 ‘은지화 작가’가 아닌, ‘근대 회화사의 거장’임을 우리에게 다시 각인한다. 그 위상의 중심에는 최석태가 이야기한 ‘소 그림’이 있다. 2021년에서 2022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이중섭의 1950년대 대표작 〈흰 소〉와 〈황소〉가 전시되었다. 두 그림 중 〈황소〉는 해당 전시회의 포스터 그림으로 뽑혔다.
격정과 분노가 솟구치는 〈흰 소〉와 울분을 토하는 듯한 붉은색의 〈황소〉, 두 그림은 대구를 이루는 듯하다. 이중섭은 선묘의 작가답게 굵직하게 그은 몇 개의 선만으로도 대상의 동작과 심리를 단박에 전한다. 〈황소〉는 머리 부분만 그렸는데, 슬픔이 고여 있는 듯한 소의 검은 눈과 울분을 토하는 듯한 붉은 배경이 그림 속에서 서로 공명한다. 〈흰 소〉는 소의 전신을 그렸는데, 금방이라도 들이받을 듯 머리를 숙이고 어깨에 한껏 힘을 준 소의 자세에서 분노가 솟구치는 듯하다. 쩍 벌린 뒷다리와 힘차게 아래로 내리치는 꼬리를 보면 고조된 저항감마저 느껴진다. 서양의 화가 루오가 구사하는 굵은 붓질과 동양의 문인화가가 휘두르는 일필 먹선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한 〈흰 소〉는 선묘 회화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68쪽)
유영국은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중 가장 많은 작품이 기증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유영국 작품 총 187점 중 유화 20점을 제외한 나머지 167점은 모두 판화다. 이건희가 삼성가 임원들 집무실에 걸 용도로 당대 대가인 이우환, 유영국, 박서보, 천경자, 김창렬 등의 그림 판화를 제작했다는 일화를 앞서 얘기했었다. 이호재에 따르면 그 가운데 이건희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이 유영국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추가 제작된 유영국의 판화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거 기증된 것이다. 처음 기증 사실이 발표됐을 때 ‘유영국의 작품은 왜 그렇게 판화가 많은 거지?’ 하며 의아해했는데, 그 퍼즐이 스르르 풀렸다.
눈 밝은 컬렉터만이 알아주던 유영국이라는 화가는 이제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21년 대구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렸을 때, 벙거지를 쓴 채 유영국의 작품을 바라보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뒷모습이 SNS에 널리 퍼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유영국의 산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우리 곁에 굳건히 서 있을 것이다. (152~153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에 나온 문신의 작품은 조각이 아닌 회화 〈닭장〉이었다. “어라, 문신이 회화를 했어?” 하고 놀랄 법하다. 대중에게 문신은 조각가 이미지가 강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문신은 프랑스로 떠난 1961년 전까지만 해도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학 갔던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도 서양화를 전공했다. 즉, 문신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화가 문신의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이호재 회장은 “이건희는 한국의 대표 작가 작품을 모으고자 했다. 조각 분야에선 작고 작가로 권진규, 생존 작가로 문신과 최종태의 작품을 집중 구매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신은 초기에 화가로 살았으니 화가 시절 대표작인 〈닭장〉도 구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쪽)
이병철이 수집한 이들의 작품은 신라호텔과 안양컨트리클럽, 중앙일보사 등 삼성가와 관련된 건물들에 걸렸다. 박항섭의 〈금강산과 팔선녀〉도 중앙일보사 로비에 걸렸었다. 이병철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작가에게 따로 주문하고는 했다. 금강산을 좋아했던 이병철은 박항섭에게 500호짜리 〈금강산도〉 1점을 포함한 금강산 그림 3종 세트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강산도〉를 제외한 2점이 앞서 말한 두 작품이다. 그 두 작품이 삼성생명 소유로 넘어갔다가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던 것이다. (285~286쪽)
도자기 작업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피카소와 연인 프랑소와즈 질로는 1946년 여름부터 프랑스 남부에서 휴가를 보냈다. 둘은 휴가 중 인근 도예 마을 발로리스에 들렀다. 작고 정겨운 마을이었다. 피카소는 그곳에서 도예 공방을 운영하던 조르주 라미예 부부를 만났고, 그들의 초대를 받아 공방을 방문해 도예에 발을 들여놓았다. 숨 쉬는 흙이 인간의 손을 거쳐 도자기로 구워지는 과정에 감동을 느낀 피카소는 1년 뒤 도예 작품의 설계도인 크로키 몇 장을 들고 다시 공방을 찾았다. 2년 뒤인 1948년에는 발로리스에 저택을 매입했다. 67세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듬해에는 아예 발로리스에 작업실을 차려 눌러앉았다. 1955년 칸으로 이사할 때까지 그는 발로리스를 창작의 근거지로 삼고 도예 작업에 몰두했다. 92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가 남긴 도자기 작품은 총 630여 종에 달한다. 게다가 종별로 25~500점씩 생산했다니 그 수량이 어마어마하다. (365쪽)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던 고갱은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던 일요화가였다. 피사로를 알게 된 고갱은 피사로의 초대를 받아 간 퐁투아즈에서 그와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예술적 조언을 듣기도 했다. 고갱은 피사로가 참여했던 1974년의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를 보고 전업 화가를 꿈꿨다. 피사로는 〈센강 변의 크레인〉을 포함해 고갱이 그린 초기작을 보고 그의 꿈을 응원해줬다. 자신을 따라 퐁투아즈로 이주한 고갱이 인상주의풍으로 풍경을 그릴 수 있게 지도했고, 인상주의 전시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중 서양 근대 작가들의 작품만 보여주면서 전시 제목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라고 붙인 것은 이런 교유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화가들은 서로를 살찌우며 한 시대를 이끌어갔다. 고갱뿐 아니라 피사로와 어울려 다녔던 모네와 르누아르 등 다른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보며 그들이 울고 웃으며 함께 만들어간 역사를 떠올려본다. (421쪽)